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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속의 영조는 탕평책을 쓰고, 백성을 잘 다스렸던 아주 장수한 왕이었다. 그리고 혜경궁 홍씨는 시아버지에 의해 죽임을 당한 남편을 그리며 한중록이라는 책을 쓴 아주 사랑스러운, 가녀린, 남편의 죽음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래서 슬픈 삶을 살았던 그런 여인이었다. 그리고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와 더불어 조선시대를 르네상스로 이어나간 일찍 아비를 여의었지만 그래도 아주 훌륭히 잘 자라 나라를 잘 이끈 왕이었다.

이 책을 읽고난 지금 난 헛갈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동안 많은 이들이 역사를 다시 연구했고, 연구하고 있었다. 그 때마다 나온 말이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였다. 정말 이 글쓴이 이덕일씨의 연구가 사실이라면 정말 죽은자만, 패한 자만 슬픈 것이 역사라는 생각이 나의 뇌리에 박히게 생겼다.

영특하고, 아비보다 백성을 더 잘 다스렸던 소현세자도 젊은 나이에 아비에 의해 비명횡사했다. 그런데 사도세자는 노론에 의해 비명횡사한 것이다. 베갯머리 송사가 큰 역활을 했으리라. (아무리 노론 신하들이 세자를 음해한들 영조가 그렇게까지 움직였을까? 그 많은 나이에 딸 같은, 아니 딸보다도 어린 마나님들을 들여 그들의 손아귀에 놀아나 자신의 아들의 장점을 예전만큼보지 못한, 콤플렉스로 가득한 아비의 팔랑귀가 아들을 죽인 것 같다.) 바로 노론의 딸들과 그 옆에서 그녀들을 조종한 그녀들의 비호세력들이... 더구나 지아비를 믿고 따르고 보호해야할 지어미마저 자신의 문중을 바로 세우고, 번영시키기 위해 간인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대목은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 책에도 씌여 있다 만약 사도세자의 지어미가 영조의 지어미 같았다면 사도세자가 그리 허망하게 죽었을까?

국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어 국사를 전공하고자 하는 큰 아이가 이 책을 읽다가 집어 던졌단다. 그 놈의 당파 싸움이 나라 망쳤다고. 하긴 그 당파 싸움의 역사가 그리도 길게 이어졌으니 지금 정치판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그런 싸움의 장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아주 열변을 토하며 했다. 소현세자나 사도세자가 살아서 왕이 되었다면 우리나라가 어찌 되었을까를 나와 한참 이야기 했다. KBS 역사 스페셜에서 소현세자 이야기를 보았고, 그만큼 열받을 만한 이 책을 읽다보니 자식이 자신보다 나은 꼴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아비들이 나라를 망쳤다며 침을 튀겼다.

솔직히 우리는 사도세자 하면 '뒤주속에 갇혀 죽은 사람, 정조의 아버지' 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물론 얼마전 MBC에서 정조에 대한 사극을 하며 약간의 맛보기로 사도세자에 대해 알 기회는 있었지만 이 정도 인줄은 몰랐다. 큰 아이의 의견은 이렇다. 그렇게 영리한 영조가 왜 세자를 소론 궁녀가 있는 궁에서 키웠을까? 상전이 소론이면 아랫것들도 소론이요, 상전이 노론이면 아랫것들도 노론이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세자가 태어났을 때 부터 아비에 의해 죽을 당할 팔자로 태어났기에 그렇게 자랐나 보다라는 것이다.

이 책에도 써 있듯 정말 장희빈과 경종의 복수라는 생각도 든다. 영조의 어미에 의해 죽임을 다한 장희빈의 원한도 만만치 않을 것인데, 자신의 아들을 독살한 이(아무리 아니라 우겨도 아픈이에게 상극인 음식을 가져다 먹였다는 것은 그것이 아픈이가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일지라도 독살이라는 생각에는 나도 동의한다.)의 아들이니 가만히 둘리가 만무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그들을 모셨던 상궁들에 의해 보살핌을 받고, 교육을 받았다는 것은 은연중에 소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래서 아버지와 다른 의견을 갖을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역사에 정통하지 않은 나도 할 수 있는 생각이란 말이다. 그런 생각을 영조가 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 귀신의 농간으로 그 사실만 아무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일까?

어쨌든 사도세자가 그렇게 훌륭하게 대리청정을 했다면 진짜 왕이 되었을때는 오죽했을까? 그것을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왕은 자신들의 힘으로 세울수도 있고, 없앨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정치를 한 권력가들에 의해 잃었다는 것은 정말 애통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솔직히 더 많은 연구를 한다면 이 책의 내용이 또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잡은 권력은 놓기 힘든 것이며 주변의 사람들이 좋아야 내가 올바로 갈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중심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사도 세자와 영조, 노론을 두고 보면 사도 세자가 패배자이다. 그래서 지어미에 의해서까지 그렇게 정신병자로 낙인 찍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 잘못된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그른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라를 망칠수 있다는 가장 중요한 것은 더욱 잊어서는 안된다. 제발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의 뇌리에 콱 박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공정성, 평정심, 관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