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사람은 능력이 있어야 한다. 어떤 능력? 글쎄 사람마다 원하는 능력은 다르겠지만 다카노와 같은 능력은 요즘 같은 불황기엔 좀 부러운 능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쭉 읽어보니 공부를 못했던 사람도 아니고, 능력이 없는 사람도 아니었던 것 같으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최소한의 수입으로 최대한의 자유와 꿈을 이루면 산 것 같은 느낌이 마구 들었다. 학교에 오랫동안 적을 두고 탐험부 활동을 겸하며(탐험 활동을 떠나면 일년도 좋고, 육개월도 좋고, 맘 내키는대로 하고 싶은대로 다 돌아다니다 귀국해서 다시 학교도 좀 다녀보고, 책을 써서 인세도 좀 받아보고, 뭔가를 알아야겠다는 욕구가 생기면 물불 가리지 않고 선후배를 동원해서 다 해보는 정말 자유로운 청춘이었다.

  후배의 도움으로 잠시라고 생각하며 들어왔던 월세 12,000엔의 노노무라 하숙집에서 10년이 넘도록 기거하며(말이 10년이지 외국으로 떠돌며 지낸 세월을 빼면 총 기거한 세월의 2/3 정도라 할 수 있겠다.) 맘 좋은 주인 아주머니와 개성 강한 다른 하숙생들, 심심하면 놀러와 별 짓 다하며 같이 지낸 선후배들과의 자잘한 일상들이 어떻게 보면 나도 한 육개월쯤은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한다. 

  24살에 결혼해 18년 이상을 직장과 가사일에 매달려 살다보니 이런 자유가 그리워지기 시작한지 좀 됐다. 더구나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나름의 자유도 있었고, 직장을 핑계로 놀러도 다녔고,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기도 했었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들어앉은 지금은 정말 가끔 다 팽개치고 이렇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구나 큰 아이가 고등학교를 들어가고 나니 내가 고등학생인양 부족해지는 잠에, 이것저것 신경쓸 일이 더 많아지니(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 죽으나 사나 집에서 나랑 지지고 볶으며 공부를 한다.) 더 빨리 지치고 더 많이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공부하는 것이 습관이 되고, 그 아이들을 봐 주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내가 하루만 집을 비워도 뭔가 허전하단다. 나 또한 왠지 내가 없으면 아이들이 풀어져 나중엔 그것을 만회하느라 더 힘들어 할 것 같아 사서 걱정한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나름의 자유를 포기하고 아이들을 위해 살고 있다.

  그래서 더 부러운가? 하지만 나에겐 다카노 같은 능력이 부족하다. 남을 끌어 모으는 능력. 뭔하 자꾸 저질러 보는 실험 정신 등등이.  이 책을 읽으며 다카노의 부모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저자는 그 분들에 대해 쓰지 않았다. 아니, 딱 한 번. 그들의 하숙집이 메스컴을 탔을 때. 고등학교 때까지만해도 잘 나가던 아들이 그런 좁아 터지고, 오래 된 집에서 가난에 찌들고 힘든 생활을 (남들이 보기에)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힘들어 하시던 모습 한 번. 하지만 즐길 것 다(?) 즐기고 서른 즈음에 직장도 잡고, 사랑하는 여인도 생겨 그 여인과 가까이 있기 위해 그 정든 하숙집을 나온 아들을 보면 그래도 이젠 정신을 차린 듯 할 것 같다. 

  어쨌든 나중엔 부모가 그래도 맘을 놓을 수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한참 힘좋고, 뭐든 할 수 있는 시기를 그렇게 하고 싶은대로 하며 살았다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을 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이렇게 살아온 삶이 다카노에게는 아주 좋은 추억과 삶의 활력이 되어 앞으로의 생활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본다. 정말 해보고 싶다. 이런 자유로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