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 덕분에 공지영 작가 책은 자꾸 구매하게 된다. 학교의 면학 분위기 덕분에 고1 때 부터 고3 못지 않게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의 마음에 여유를 주기 위해 이 책을 사 줬다. 그 바쁜 와중에도 그 무거운 책가방에 넣어 다니며 열심히 읽는 듯 했다. 그러나 딱 일주일만에 책을 들고 나와 엄마 먼저 읽으란다. 책은 참으로 재미있으나 신경질이 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맘 놓고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에 짬짬이 읽다보니 계속 쭉 못 읽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더구나 분반 수업에, 선생님 심부름, 친구들과의 담소 등을 등안시 할 수 없다보니 하교 후에 읽어야 하는데 집에 오면 10시 30분이 넘으니 이것 저것 정리하고, 다음 날을 준비하다보면 새벽 1시가 넘어 자야하고, 자주 있는 시험도 문제였다. (그 시험 결과로 보충반을 분반하기에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그 아이의 현실이었다.)

  그렇게 그 아이에게서 이 책을 받고 내가 하던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해 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다. 하지만 역시 제목만큼 정말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진도는 무척 빨랐다. 책 속에서 선생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실 생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더 좋았다. 딸이 중간 정도 읽었다고 하더니 그 부분은 역시 읽지 못했던 모양이다. 딸이 공 선생님께 반하게 된 것이 '즐거운 나의 집'을 읽고 나서였기에 선생님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을 읽었으면 벌써 쪼르르 나와 떠들었을텐데 말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뒤의 에필로그에 자신이 자신을 인터뷰한 내용은 정말 괜찮았다. 그렇게 자신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악플러들에게 또 다른 빌미를 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생활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많은 이들이 맘 고생, 몸 고생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만한 사람들이 계속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취미 생활이거나, 나쁜 짓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정신적 장애가 있다거나, 남의 말에 끌려 다니는 귀 얇은 사람이거나 등등의 이유겠거니 하고 공선생님처럼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넘기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참, 이 글을 쓰기 전에 이외수 선생님께서 악플러들에게 철퇴를 내리셨다는 글을 읽었다. 그런 방법도 괜찮은 것 같다. 남들이 자신과 비슷한 짓을 하고 법적 조치를 받는 것을 보면 좀 덜 할 수도 있을테니까...

  어쨌든 주변 사람들을 통해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도 겪고, 나 자신도 알아가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아 보이기도 한다. 사실 나도 약간은 은둔형이라 알던 사람들도 소식이 하나 둘씩 끊기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하긴 내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경향이 없지는 않다. 아이들에게, 집안일에 올인 하겠다고 맘  먹고 바깥 활동을 아예 끊었기 때문이니까.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 할 수 있는 대학생 정도가 되면 좀 덜해지겠지? 그 때는 봉사활동을 하고자 맘 먹고 있다. 그러면 공 선생님처럼 이런 나만의 에세이도 쓸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살아보리라. 

  사실 남의 일상 생활에 얽힌 글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재미있고, 정말 가볍게 읽으면서도 조금씩 깨달음을 주는 글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이제 이 책을 다시 딸의 책상위에 올려 둬야 겠다. 다 읽고 이야기 해 줬으면 하는 것이 주는 딸의 눈치이지만 글이라는 것은 스스로 읽어야 제 맛을 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