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제목이 좀 희안했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라... 살짝 내용이 추측되기는 했다. 뭔가 사연이 있어 내가 죽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 일로 인해 내가 곤란해져 그것을 풀어나가는 이야기 아닐까 하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부분 기억 상실로 이야기를 풀어 나갈거라는 건 생각도 못했다.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 워낙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라 누군가를 죽이고 그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일.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개봉한 영화에서처럼 곤란한 일로부터 피신하고 싶어 서류상으로 나를 죽이고, 내가 대신 살아야 할 사람을 죽이고 그 사람으로 살아가는 그런 이야기?

 

  남편이 외국으로 출장가고, 시간이 된 사야카는 옛날부터 의문이었던 잃어버린 어릴 적 기억을 찾기 위해 7년전 헤어졌던, 동창회에서 다시 만난 나카노를 찾았다. 아버지의 유품(?)과 기괴한 행동을 설명한 후 같이 동행해 주기를 바라는 사야카를 뿌리치지 못해 둘은 지도에 표시 되어 있는 집을 찾아간다.

 

  정문이 아닌 지하실을 통해 들어간 집. 사야카는 부분부분 기억이 돌아올 듯, 말듯 애를 먹는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이것 저것을 보면서 (명석하다고 해야할까? 어쨌든) 같이 간 나카노의 추리로 이 집에서 일어났을 것 같은 일들을 알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집이 사람이 살기 위해 지어진 집이 아니라 일종의 무덤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일기장의 주인공인 유스케를 위한 무덤. 그런데 그 집을 나오기 전 사야카는 모든 것을 기억해 내고 말았다. 어렸을 때 자신의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 그것 때문에, 그 미운 아버지를 벌하기 위해 일을 꾸미다가 유스케가 죽었다는 것. 그리고 가장 큰, 엄청난 사실은 자신이 사야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복수 때문에 죄없는 유스케와 진짜 사야카가 죽고,유스케의 동생이었던 자신이 사야카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가끔 놀러오든 할머니가 진짜 자신의 할머니였고, 진짜 부모인 줄 알았던 분들이 할머니 집에서 일하던 운전기사와 가정부였다는 사실에 자신이 왜 잘 웃지 않고, 어둡게 자랐는지, 왜 자신의 아이를 학대했는지가 한번에 다 풀렸다.

 

  어린 아이에게는 자신 때문에 오빠가 죽었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아니, 같이 잘 지내던 사야카까지 죽었다는 것이 정말 말 못할 충격이었기에 부분 기억상실에 걸릴 수 있었겠지만 그 내면엔 아빠의 신체적, 정신적 학대가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 자신을 알게 모르게 괴롭혔다는 것이 그녀를 이혼에까지 이르게 했다.

 

  책을 읽으며 나도 나 나름의 추리를 한 것이 비슷하게 맞아 떨어질 땐  '역시'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나를 보며 큰 아이가 무섭지 않았냐고 물었다. "글쎄? 어디가 무서웠는데"라고 묻는 나를 아이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전체적으로 좀 으스스 하지 않냐는 거다. 내가 이상한 걸까? 난 으스스보다는 추리에 신경을 쓰느라 그저 흥미롭게 읽었을 뿐인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푹빠진 아이와 그저 한 사람의 책을 좋아하는 어른이 읽는 방법과 내용을 대하는 태도가 참 많이 다른 것 같다. 그저 난 재미로 읽는다. 그래서 이 책 저책 가리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많이 산 이유는 그 작가를 좋아하는 아이 때문이다. 그저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그만일 뿐이 나에게 아이는 그런 점이 좀 불만이란다. 엄마도 좋아하는 작가를 갖어 보라나? 하지만 난 그런 건 별로다. 작가를 좋아하기보다는 책의 내용이 나와 맞을 때 그 책을 좋아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그것에 대해 아이와 또 한 번의 토론을 했다.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