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카톨릭 신자다. 솔직히 모태 신앙이라 처음에는 그저 의무적으로, 엄마 따라 다녔다. 신부님, 수녀님들과 미사를 드리고, 교리를 배우며 그 분들을 존경하고 좋아했었다. 그리고 그분들이 혼자 사시는 것에 대해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책들을 읽으며 그분들도 인간이고, 남자, 여자이기 때문에 이성에 대한 유혹이 많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사실 이종 사촌들 중에 신학대학에 입학한 오빠도 있었고, 수녀원에 들어간 언니도 있었다. 그리고 외가 쪽으로는 신부님, 수녀님도 여럿 계신다. 친정 어머니는 그 분들을 항상 존경하셨고, 자랑스러워 하셨다. 하긴 이런저런 유혹들을 다 이겨내시고 성직자가 되셨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분들의 고뇌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고, 모르던 사실도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사실 카톨릭이 좀 폐쇄되어 있고, 규율이 엄격하다는 것은 나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난 그런 점이 좋았다. 신앙에 약간의 규율이 있어야 덜 풀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년 전 작은 아이가 성당 발표회에서 같은 학년 남자 아이와 짝을 맞춰 노래와 춤을 췄는데 백허그 동작이 있었다. 그 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알고 보니 그 남자 아이가 신학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아직 신학 대학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준비하고 있는 단계에서조차 이성과의 교제나 접촉을 우려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성에 대한 유혹이 가장 큰 경계 대상이라는 것이다.

 

  소희와 요한 수사님의 사랑은 정말 풋풋해 보였다. 어렸을 때 부터 찜(?)당한채 살다가 진정한 사랑을 찾은 소희. 할머니의 뜻(?)에 따라 수도원에 들어와 수사가 된 순진한 요한 수사님. 그분들의 풋풋한 사랑이 자신의 탓인 것 같아 고민하던 중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조카에게 요한 수사님을 단념 시킨 아빠스님. 나중에 조카가 죽음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요한 수사님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뜻을 전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분도 어쩌면 그 풋풋한 사랑을 지켜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6.25 사변 때 그 어려운 상황에서 요한 수사님의 할머니를 살려내신 주님의 뜻은 손주인 요한이를 신부로, 주님의 종으로 삼기 위해서임을 요한 수사님도 깨달으셨으리라. 그리고 소희를 보내 사랑의 참 뜻을 알게 하심으로서 진정한 주님의 종이 되게 하시려 하셨다는 것도 다 알았기에 마지막 장면을 그렇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참, 미혼모나 고아, 장애인은 성직자가 될 수 없다는 구절을 읽었는데 그렇다면 안젤로 수사님은? 어쨌든 아들을 사랑할 수 없었던 할머니의 뜻을 받들고,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요한 수사님의 운명이 신부가 되는 거라는 것은 어찌보면 그 피난처에서 할머니가 살아날 수 밖에 없었던 것에서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었으리라. 이 책을 읽고나니 다시 한 번 여러가지 유혹을 이겨내신 그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더 높아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