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대표작가와 제목만 보고 주문했다. 덕분에 받고 나서야 단편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의외로 잘 됐다 싶기도 했다. 사실 요즘은 책을 오래 붙잡고 있질 못하겠다. 예전같은 집중력도 생기지 않고, 책을 읽다보면 어쩜 그렇게도 이것저것 일이 생기는지...  제대로 앉아서 30분 이상 이어서 읽을 시간도 제대로 생기지 않는다.

 

   항상 책을 읽을 때면 결말이나 중간중간의 사건들을 추리하면서, 예상해 가면서 읽지만 이 이야기들은 대충 나의 예감이 맞아들어가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내 예상과 완전히 다르면 더 흥미가 있고, '와우! 이렇게도 끝날 수 있구나.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이번처럼 잘 맞아들어가도 은근 우쭐해 지는 나 자신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실 제일 처음 이야기 '마지막 꽃다발'은 좀 어리둥절 했다. 서두와 그 다음을 연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자는 분명 한 사람인 것 같은데 남자와 여자였기 때문에... 그런데 읽다보니 점점 설마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완벽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TV에서 보면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이 아무리 고와도 어딘가 남자티가 나기 때문이었다. 그건 남자가 여장을 해서 였을까? 어쨌든 마지막 장면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 황산이라니...

 

  이 책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이야기가 몇 가지 있었다. 특정한 한 가지만 보면 어떤 행동을 하는 심리, 말을 뱉어 놓고 그것에 대해 찜찜해 하는 이의 심리를 이용하는 이야기, 남을 의심해서 상황을 만들어 놓고 돌아가는 상황에 그 주인공을 놓고 관찰하며 일을 풀어가는 이야기, 선입견을 이용해 자신의 복수를 한 이야기, 실제 벌어졌던 일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하며 자신의 계획을 실천한 이야기. 은근 재미있었다. '와우!'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기 보다는 아!~~~ 라는 잔잔한(?) 감탄사를 내뱉게 하는 그런 이야기?

 

  세상에 완전 범죄란 없다고 하는데 '아메리카 아이스'의 범인은 잡을 수 있을까? 야쿠자의 아들로서 사고로 죽은 동생을 위한 복수도 깔끔하게, 나라의 수치와 같은 짓을 한 여자도 깔끔하게 처리한 노보루는 정말 잡히지 않을까? 야쿠자의 아들답게 정말 깔끔하게 처리한 이야기를 읽으며 역시 사람은 착하게, 정직하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살지 않으면 남을 죄 짓게 하는 일이 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이야기라고 생각하니까...

 

  이 중에 그래도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이야기는 '기묘한 신혼여행'이었다. 사랑을 위해, 그 사람을 위해 내가 기꺼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사실 이 여자는 결혼해서 오래 같이 살아온 것도 아니고, 이제 막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온 사람인데) 제대로 보여준 이야기 같았다. 사랑하는 이가 실수였지만 어쨌든 자신의 아이를 죽였고, 그 일로 인해 법적 처벌은 물론이고 평생 괴로워하며 살 것 같아 일을 꾸민 나오미. 첫날 밤 남편이 자신의 목을 조르며 죽이려고 했을 때도 그냥 모든 것을 채념하고 죽이라고 할 정도면 정말 그 사람을 사랑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모든 일이 잘 풀린 다음의 그의 생활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다 읽고 가장 먼저 들었다. 자신을 위해 자동차 시동도 끄고, 난로에 석유도 더 부어 죽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나오미를 위해 정말 아끼고 사랑하며 살았겠지만 한편으론 자신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었던 딸을 생각하면 다시 자식을 낳고 살 수 있을까?

 

  어쨌든 이번 책의 이야기는 그저 다 잔잔한 교훈을 주는 것 같아 좋았다. 가끔 책을 읽고 나도 볼일 보고 뒷처리 안한듯 찜찜할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은 이중 삼중의 뒷처리를 한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아이가 "엄마, 의외로 이번 책을 빨리 읽으셨네요." 할 정도로 술술 잘 읽었다는 것만 봐도 괜찮은 책이었음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