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태 신앙이라 다른 신앙은 돌아보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성실히 주님을 믿었다고도 자부할 수 없는 신앙을 가진 카톨릭 신자다. 솔직히 종교가 다른 남편을 만나 한 동안 미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기간도 있었고, 아이들만 주일학교에 보내고 신부님과 수녀님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한동안 성당에 발길을 끝었었다. 물론 지금도 미사에만 간신히 참석하는 정도? 어렸을 때 엄마 기도하시던 모습을 떠 올리면 정말 날나리 신자요, 후손들도 걱정될 정도의 신자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자가 늘고 있는 나라가 얼마 되지 않고, 카톨릭 신자라고 말은 하지만 미사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말은 언뜻 들었기에 그저 미사라도 잘 나가고 있는 것을 스스로 대견해 하며 지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대담에서 교황님도 그것을 걱정하고 계셨다. 그래서 신자를 찾아가는 교회가 되자고 하셨다. 굳이 미사를 성당에서만 지낼 것이 아니라 신자가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서 미사를 지낼 수 있는 자세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말씀에 깊은 공감을 했고, 요즘 신부님들이 예전보다 많이 재미있어지고, 부드러워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금도 고등학교 친구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성당은 미사 분위가 무서워 앉아있지 못하겠다." 그렇다. 개신교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정례화 되어 있고, 뭔가 갖춰져 있다는 것이 나는 좋았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길들여 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규율이 신자들의 마음을 교회로부터 돌리는 이유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솔직히 십계명은 구교나 신교나 같다. 그리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낙태를 하면 신교에서는 주님 앞에서 혼자 뉘우치면 되지만 구교에서는 신부님께 고백성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에 그저 탄식만 할 뿐이다.

 

  어려서부터 모태신앙으로 자라온 환경은 같은데 교황님과 나의 차이는 뭘까?  좀 더 믿음의 환경이 나보다 견고하고, 보편적이어서 그럴까? 우리집은 온 친척이 다 성당을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엄마와 결혼하면서 아빠가 다니시기 시작했고, 작은 아버지가 다니시기 시작했다. 그 외에 주변에 그런 분들을 잘 볼 수 없었다. 그런데 교황님의 주변은 대부분이 카롤릭 신자라는 점이 나와 아주 다른 점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나의 신앙심이 부족해서 이리라.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나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일하는 자를 그 일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교황님의 예를 읽으니 더욱더 그렇다. 지금 나는 누구를 돕고 있을까? 아니 피해라도 주고 있지는 않은 거겠지?

 

 고등학교 때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오시는 길을 광화문 거리에서 환영한 일이 있다. 마침 학교가 바로 옆이라 착출되어 나갔지만 카톨릭 신자로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여의도에서 대 미사를 드릴때도 참석해서 하늘의 표징도 보고 그 분과 같이 미사를 드린 것이 정말 영광스럽고 기뻤다. 그런데 그 분이 돌아가시고 교황이 새로 뽑힐 때마다 왠지 남의 일 같았다. 내가 믿고 있는 종교의 수장을 선출한 것인데도 말이다. 이제 이 분의 생각과 종교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좀 더 다른 맘을 같고 이 분의 이끄심대로 종교 활동을 조금이라도 열심히 해 봐야겠다. 올해 대전에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슨 일이 있어도 뵈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신자들과 어울리기 위해 애쓰고, 신자들을 위해 일 하시는 분을 다시 한 번 좀 더 가까이에서 뵐 수 있다면 (그것도 이 먼 대한민국까지 오신다는데)정말 영광이리라.

 

  이 책을 읽으며 그 동안 신자로서 내가 품었던 의구심을 다른 이들도 갖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과 그것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앞으로 건강하게 그분의 말씀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약이 될 수 있게 우리를 이끌어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