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을 읽고 실망했던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물론 이런 류의 어느 소설이건 전개로 넘어가면 박진감 넘치고 가슴 두근 거리긴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1권이 너무 지루한 감이 있어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어떤 소설이건 사건만을 위주로 전개해 나갈 순 없다.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있어야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고, 가끔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로 분위기를 달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마 그런 것들로 인해 핵심 사건의 전개가 느려진다면 나 같이 성질 급한 사람은 좀 힘들 것 같다.

 

  뭔가 날카로운 감을 숨기고 사는 듯한 스트라이크와 임시 비서직으로 들어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로빈이 손발이 잘 맞아 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읽으며 추리를 해 보려고 무척 노력했다. 그런데 다른 소설에 비해 좀 힘든감이 없진 않았다. 다 읽고 나서 '내가 이상하게 생각한 부분에서 좀 더 나아갔더라면 이런 추리를 할 수 있었겠구나.' 하는 정도의 아쉬움을 갖을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추리 관련 소설이나 만화를 볼 때마다 독자에게 모든 패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나는 이런 부분에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스크라이크가 범인에게 당신이 범인이고, 그렇게 생각 할 수 밖에 없음을 설명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새삼 '맞다, 그렇네.'를 연발 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랑받지 못한 자의 보복이었을까? 아무리 피를 나눈 형제가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어린 나이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더구나 처음이 힘들지 두 번, 세 번은 별 것 아니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에 스트라이크가 전체적인 상황의 설명을 시작하면서 핸드폰을 눌렀다기에 솔직히 녹음도 녹음이지만 경찰에 전화해서 듣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워낙 경찰들이 스트라이크를 믿지 못했으니까...

 

  어쨌든 죽을 각오를 하고 범인과 맞닥들인 스트라이크나 퇴근하라는 말을 듣지 않고 다시 돌아와 일처리의 마무리를 해 준 로빈이나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쪽 다리가 없어 의족으로 살면서, 마침 몸도 아픈데 다른 사람들 없이 혼자서 무기를 갖고 올 것이 뻔한 범인을 맞이 했다는 것이 아니, 그 앞에서 눈치보지 않고 모든 것을 당당히 설명하며 부족한 증거를 보충할 녹음과 일부러 도발한 듯한 행동을 한 스트라이크가 대단했고,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는지 다시 돌아와서 흥분한 스트라이크를 제지하고 뒷 마무리를 한 로빈은 탐정 비서로서의 자질이 충분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모든 일을 다 처리하고, 만난 룰라의 친동생 애지먼만이 스트라이크에게 감사할 것 같다. 모든 내용을 녹음한 핸드폰이 증거물로 제출되어야 할 것이 자명한 이 순간, 파트너의 아내와 놀아난 외삼촌이나 마누라를 추운 겨울에 얇은 옷 하나만 입힌 채 베란다로 쫓아낸 베스티귀나 만천하에 그런 일들이 다 들어났으니 망한 건 당연하고, 그와 연관된 사람들도 곤란한 건 두 말하면 입 아프고, 엉터리 수사를 했다고 언론의 뭇매를 맞은 경찰 또한 스트라이크가 웬수일 건 뻔한 사실 아닌가.

 

  어쨌든 이 일로 인해 앞날이 훤해진 스트라이크가 로빈을 저렴(?)한 가격에 비서로 제대로 채용할 수 있게 된 것이 제일 다행인 것 같다. 솔직히 완벽한 범죄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스트라이크에게 맞긴 룰라의 오빠 존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기에 제일 안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