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전작이 너무 거대하면 기대에 실망하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은 안다. 해리포터가 어떤 작품인가? 책이 출간되면 금새 팔리는,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한, 덕분에 작가는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을 정도의 작품이었다. 형만한 아우 없다고 첫 작품이 너무 크게 흥행을 했고, 너무 오랫동안 세계를 들었다놨다 했기에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건 좀 심했다. 1권은 그냥 끄적거려 놓은 정도?

 

  너무나 사족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까지 줄줄줄 늘어 놓아야 했을까? 사실 이런 류의 소설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이렇게 질질 끄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 기왕 산 책이고, 기왕 읽기 시작한 소설이니 읽기는 했지만 진도가 너무 안나갔다. 처음엔 읽다보면 빠져들어 읽을 것 같아 조절을 했었는데 가면 갈수록 흥미가 떨어져 읽는게 신나지 않았다. 이렇게 쓸 것 같으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처럼 좀 두껍게 한 권으로 써도 괜찮았을 것 같았다.

 

  정인 스트라이크에게 어렸을 때 죽은 친구의 형인 존 브리스토가 찾아와 자살로 알려진 자신의 동생이자 유명 모델인 룰라 랜드리의 죽음을 파헤쳐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면서 좀 재미나게 풀리나 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그저 책을 두 권으로 만들기 위해 늘여 놓은 듯 했다. 물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없이 너무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도 숨막힌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너무 질질질, 줄줄줄 늘어 놓았다.

 

  그 늘어놓은 이야기 중에 그래도 좀 나은 건 임시 비서인 로빈의 활약들이었다. 그녀도 이런 탐정일에 흥미를 느꼈고, 해 보고 싶어했던 터라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보좌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스트라이크보다 더 잘 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이것 저것 알아내고 일을 처리하는 폼이 다른 회사를 갈 것이 아니라 스트라이크와 같이 활동을 한다면 탐정 사무소를 런던에서 유명한 사무소로 만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구나 책에서 표현한대로 남자들의 이목을 끌 정도라면 그녀의 활약도 대단할 것 같았다.

 

  어쨌든 이 책을 다 읽고 2권의 앞부분을 조금 읽다보니 이제야 좀 전개가 재미지게 이어질 것 같았다. 물론 끝 부분에서 그것을 조금 암시하기는 했지만... 이런 식의 전개가 책 뒷편에 있는 평가가 진실이라고 믿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컨데 책표지의 평가들은 전부 2권까지 읽어야 나올 수 있는 평가일 것 같다.

 

  정말 룰라(쿠쿠)가 살해를 당한건지, 그렇다면 누구에게,어떤 이유로 당했는지는 상당히 궁금하다. 하지만 이런 전개가 2권까지 계속 된다면 책이 2/3쯤 넘어간 후 갑자기 급속 전개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끝을 내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에 나머지를 읽지 않을 수도 없고, 2권까지 이런 전개라면 짜증은 왕창 날 것 같고 이미 읽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그럴 것 같지는 않아 안심하려고 한다.

 

  제발 2권 만이라도 좀 더 빠르면서도, 재미나게 전개가 되어 '역시'라는 단어를 연발하며 이 책을 덮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을 산 것을 후회하지 않게, 롤링 작가에게 실망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