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라는 여행이 있다는 것은 몇년 전 조카 덕분이었다. 그 때 대학교 2학년이던 조카는 혼자서 내일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저렴한 교통비로 우리나라 이곳 저곳을 일주일 동안 돌아 다닐 수 있는 여행 이란다. 물론 만 24세까지만 가능한 여행이지만... 그런 좋은 제도가 있는 건 정말 몰랐다. 마침 내 아이도 크고 있는 참이라 잘 기억했다가 보내야지 했다. 물론 여자아이라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만 외국 배낭여헹도 보내는 요즘 국내 여행인데 어떠랴 싶었다. 물론 내 아이를 믿는 마음도 컸다. 이런 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던 아이가 올해 드디어 다녀왔다.

 

 큰 아이도 이런 책이 있는 것을 알고, 이 책을 빌려서라도 볼까 하다가 같이 가는 후배와 이것 저것 다 뒤져 보더니 자기들 나름대로 계획을 짜서 다녀왔다. 주로 역사여행. 둘이서 일주일 여행을 다녀왔는데 둘다 입맛도, 성격도, 관심사도 비슷해서 계획 짜는 것부터 이것저것 다 순탄 했던 것 같다. 남는 건 사진과 먹는 것 밖에 없다고 하더니 정말 많은 사진과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온 아이가 부러웠다. 어쨌든 지금 고2인 둘째도 벼르고 있다. '대학만 가 봐라. 나도 떠나리라.' 아주 거창하게 다녀올 계획인 것 같다.

 

  큰 아이가 그렇게 떠난다고 할 때 사줄 걸... 이제야 이 책을 샀다. 요즘 왜 이리 여행을 가고 싶은 걸까? 몇 달 동안 여행에 관한 책을 참 많이 샀다. 몸이 불편해서 피곤하면 안 되고, 추울 때 안되고, 이래저래 가리는 것이 많아지니 더 가고 싶은 것 같다. 아니면 그냥 글로라도 읽어서 대리만족하고 싶은 것일까? 그런데 이 책을 읽고보니 큰 아이에게 더 미안해졌다. '정말 짜임새있게 잘 짜여진 책이었는데, 이 책만 있으면 좀 더 많은 곳을 계획성 있게 돌아다닐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에...  사실 이 책만 있으면 우리 같은 성인은 역을 중심으로 근처근처 갈 수 있는 곳을 계획해서 박으로 차를 끌고 다녀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남편과 여행 계획은 많이 짜고 있는데 시간내기 힘든 남편과 고2의 눈치를 봐야 하는 내가 시간이 잘 맞지 않아 그저 계획만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참고로 한다면 그저 일박 이일 정도라도 돌아다니기 좋을 것 같았다. 근처근처 돌아다닐 곳이 잘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책에도 그런 설명이 좀 있기는 했지만 이 책 만큼은 아니었다. 정말 나처럼 관광지 위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아하'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될 것이다. '여기가 저기랑 가깝구나!' 하면서... 어쨌든 이 책 설명대로 찜질방에서 하루밤을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물론 내 몸을 생각한다면 좀 더 따뜻해진 봄이 되야 가능할 것 같기도 하지만...

 

  자꾸 떠나고 싶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나라에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은 '1박2일'을 보고 알았지만 이렇게 연계해서 계획을 세울수 있게 책으로 나와 있다는 것이 정말 맘 편하다. 내년엔 큰 아이, 둘째 아이 둘 다 큰 시험이 있어 맘만 먹고 있어야 하겠지만 그 족쇄만 풀리면 떠나리라. 이 책을 중심으로 저 먼 곳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