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걷기를 좋아하고, 내 병에는 걷는 것이 좋다기에 매번 갔던 곳만 갈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곳을 개척해 보자는 생각에 이 책을 구매했아. 더구나 먼 곳도 아니고 서울 수도권이라 더 맘에 들었다. 더구나 주제별로 나뉘어 진 것이 더 맘에 들었다. 사실 도시 골목길을 등산 차림으로 걷는 건 나로선 좀 뻘쭘한 일이라...

 

  작년초 남편이 6개월 정도 연수 받을 기회가 있어 시간이 좀 많았다. 그 전 해 가을에 북한산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매주 갈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고, 더구나 한 겨울에는 내가 돌아다닐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1/4정도의 코스만 돌고 나머지는 언제 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넉넉해진 남편 덕분에 좀 여유롭게 나머지 코스를 돌 수 있어 참 좋았다. 편한 코스, 험한 코스, 산속 코스, 동네 코스등 여러 곳이었지만 나름 참 재미있었다. 특히 이렇게 처음 가는 길을 안내 책자나 팜플렛을  보며 돌아다닐 때는 이정표나 길을 잘 보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여행이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길 위에 표시된 이정표를 잘 보지 않고 이야기하며 걷다가 헤맨 일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주제인 '고궁의 뜰과 숲을 거니는 하루'가 참 맘에 들었다.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코스여서 좋았고, 내가 좋아하는 고궁을 두루 거칠 수 있다는 것이 참 맘에 들었다. 그래서 그 중 그래도 짧은 코스(성복동 골목길)를 골라 아이와 함께 둘러 보았다. 그런데 이 길에서 똑같은 실수를 범했다. 아이와 떠들다가 느티나무를 놓치고, 성락원을 놓친 것이었다. 너무 올라가는 것 같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더니 더 올라왔단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다가 성락원을 발견했다. 너무 굳건히 닫혀 있는 대문을 감히 어쩌지 못하고 대문과 담만 바라보다 그냥 내려오면서 느티나무도 발견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피며 걸었다. 그랬더니 역시 시간이 좀 더 걸렸다. 예상 시간 1시간 30분이었지만 잘 못 접어들기도 했고 이것저것 살피다보니 기본 30분 이상은 더 지체되고 말았다. 어쨌든 오랫만에 시원한 바람쐬며 구경하고 맛있는 점심도 먹고 나폴레옹 빵집에서 빵도 사서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이 책의 맹점 중 하나를 발견했다. 가게의 상호는 바뀐다는 것이다. 즉, 여기에 가게 상호를 중심으로 설명한 것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월이 좀 흘렀다고 그 사이 상호가 바뀐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가고 싶은 곳이 정말 많아졌다. 그래서 남편과 식사를 하며 약속했다. 주말 이틀 중 하루는 걷기를 하자고, 이제 아이들도 얼추 컸으니 알아서 점심 해결하라고 놔두고 9시 이전에 나가 점심까지 해결하고 들어오자고. 어제도 동네 뒷산을 돌아다니다 왔다. 매번 가는 곳만 가느니 어차피 하는 운동 새로운 코스를 거닐어 보자는 취지다.

 

  우리나라에 멋진 곳, 좋은 곳이 많은 건 알지만 서울과 수도권에도 이렇게 멋진 곳이 많다는 걸 잘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좀 안타까웠다. 참, 우리동네 개천도 소개되어 있어서 '내가 좋은 곳에서 사는구나.' 하는생각도 하게 되었다. 추운 겨울이 오기전에 몇 군데 잘 돌아다녀서 우리가 좋아하는 길을 몇 군데 개척해야겠다. 나이가 들어도 산책삼아, 여행삼아 돌아다닐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