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숨막힘을 느끼며 읽었다. 나의 추리가 얼추 맞았다는 것에 약간의 웃음도 나왔지만  가시와기의 삐뚤어진 그 생각은 어디서 비롯됐는지 정말 궁금했다. 왜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할까? 왜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고 잘 사는 것이 이상할까? 왜 자신은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남이 극복하는 것을 못 견뎌했을까?

 

  처음 간바라가 장례식장에 나타났을 때부터 뭔가 찜찜했는데, 변호사를 맡았을 때도 언제쯤 이 아이가 터뜨릴까 궁금했는데, 고바야시 전자상가에 가지 않았을 때부터 혹시나 하는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노다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나와있다.

 

  사실 서로 증인을 세우고 공방을 이어가는 장면들은 정말 재미있었다. 오이데를 두고 서로 진실을 말하고, 거짓 증언을 진실인양 말하는 그 장면들이 오이데가 얼마나 잘못 살아왔는지, 오이데 아버지가 아들을 얼마나 잘 못 키웠는지 알게 해 주는 장면들이었다. 그로인해 이구치와 하시다가 싸웠다. 하시다는 적지 않은 변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솔직히 그 변상금은 오이데쪽에서 대신 내 줘도, 아니 대신 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문제아로 컸어도 지금은 이만큼 성공한 어른이 되어 있으니 아들이 그렇게 커도 상관없다는 식의 교육방식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안다. 학교가 필요악의 존재라는 것을. 하지만 학교라는 테두리에서 뭔가를 배우지 않는다면 스스로 알아서 공부 시키고, 배우려고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될까? 또한 자식의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부모가 적지 않을텐데 그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야 하는 이 사회에서 성장 후의 사회 생활이 가능할까? 막말로 오이데처럼 자랐을 경우 언제까지 아버지가 뒷처리를 해 줄 수 있을까? 지금처럼 아버지가 체포되어 들어가 있을 때 오이데가 또 잘못을 한다면 그 땐?

 

  부모가 잘못 되었어도 (그것도 아주 안 좋은 방법으로) 새 부모를 만나 예전의 나쁜 기억을 잊어가며 잘 살 수도 있는 것을 왜 그 나쁜 기억을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할까? 아이가 약하다고 너무 그 아이 위주로 생활을 하다보니 아이가 너무 자신만 알게 되고, 자신 속으로만 들어가 산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엄마의 특별한 보살핌이 아이를 그렇게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배심원들의 판결문을 들으며 그 엄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가시와기 타쿠야를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자신에 의한 자신의 살인 사건이다.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자신들을 비롯해 다른 이들이 그 아이를 위해 제대로 한 일이 없기 때문에 고민끝에 자신이 자신을 죽였다. (그러므로 간바라는 아무 잘못이 없다.)"

  이 소설에선 그저 우는 것으로 표현했지만 다쿠야의 형도 자신이 할아버지 댁으로 가지 않았다면 다쿠야에 의해 죽임을 당한거나 마찬가지 일이 벌어졌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다쿠야는 자신이 병치례를 하면서 끊임없이 속으로 더 병들어 가고 있었던 것 같다.

 

  다쿠야의 엄마는 그 아이의 유서가 그저 소설이라고 했을 정도로 그 아이를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어쨌든 이 재판으로 부모들은 자신의 자식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고, 친구들간에 사이도 더 돈독해졌고, 선생들도 아이들을 더 이해하게 되었으며, 오이데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좀 궁금하다. 미야케의 다음 행동이(친구를 죽였으니까) 물론 간바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했다는 것까지만 밝혔지만 그 다음은? 마지막으로 모기 기자는? 이 재판을 책으로 쓰려고 자신의 욕심을 끝까지 부렸지만 마지막 배심원장의 평결을 듣고 아무말 없이 나갔지만 그 다음은?

 

  어쨌든 약 20년 후 자신의 학교(조토 제 3중학교)에 선생으로 온 노다가 그 전설의 재판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을 맺는다. 다들 어떻게 되었을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