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잠들다.'를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역시 난 작가는 기억을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더니 큰 아이가 "역시 두껍네. 거기다 이번엔 여러 권이네." 란다. "누군데?" 했더니 '용은 잠들다'를 꺼내 보이며 "이 책의 작가잖아요?" 아, 감탄과 함께 '그래서 끌렸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성경에 나오는 지혜의 왕 솔로몬이 어떤 위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의 제목이었다. 물론 그 왕 자체는 아니겠지만 어떤 의미로 이렇게 지었을까? 하는 생각에 계속 끌리던 책이었다. 살까말까 재고 있다가 결국엔 질러버린 책. 3권이 있는 줄도 모르고 샀다가 책을 받고 얼른 3권을 주문하게 한 책.

 

  사실 책이 상당히 두껍기는 했다. 처음엔 잡기가 좀 겁났다. '이렇게 두꺼운 책이 재미가 덜하면 괜히 다른 책도 못 읽고 날짜만 지나는데...' 라는 생각이 처음에 딱 들었으니까. 그런데 전작을 하도 재미있게 읽었기에 믿고 일단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밤에 잠이 오지 않을때 잡았다가 그 밤을 새울뻔 했다. 조절이 되지 않아서. 놓지 못해서. 하지만 아침에 챙겨야할 가족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자야만 했다.

 

  솔직히 우리나라 학교와 많이 다르진 않겠지만 아직 우리나라 학부모중엔 이렇게까지 몰상식한 사람이 없으리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세상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오이데 슌지의 아버지의 몰상식한 행동을 보며 자기도 학교 다닐 때 별반 다를바 없었다 하더라도 결코 이런 행동이 아들을 위하는 것은 아닌데 어쩜... 이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미운 자식에겐 떡을 예쁜 자식에겐 매를 한 대 더 주라 했거늘 어째서? 하긴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이 없으니 그런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아버지에게 받은 것이 있으니 그대로? 아니면 반대로?

 

  어쨌든 '가시와기 다쿠야'라는 학생이 학교에서 죽은 이후로 벌어지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이야기들의 전개가 책을 놓지 못하게 했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학교에서 일이 벌어지면 감추기 급급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러한 일처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번져 교장과 담임은 사퇴를 하고, 학생들이 차례로 변을 당하고, 방송국 기자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만 조사를 하고, 급기야 학생이 그 전모를 파헤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되어가는 이야기 전개가 정말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야기가 제자리에서 맴도는 듯한 느낌이 없다는 말이다. 죽은 아이들의 가족들의 심리 상태도 정말 제대로, 불량 학생들에게 당한 아이들의 상태도 제대로, 모든 일들이 얼렁뚱땅 넘어감이 없이 제대로 표현되면서 전개가 착착착 진행되는 책을 어찌 놓을 수 있겠는가!

 

  사실 나는 책을 주로 밤에 읽는다. 그런데 예전에 추리 소설 읽을 때가 생각날 정도로 아이들이 "드디어 엄마의 눈길을 제대로 끄는 책을 찾으셨나보네요." 라고 말할 정도로 열심히 읽었다. 정말 궁금하다. 후지노 료코가 아빠와 엄마의 응원에 힘입어 친구들과 정말 제대로 사건을 파헤쳐 나갈 수 있을까? 두 세번 등장한 그 수상한 남자아이도 궁금하다. 그냥 아무 뜻 없이 서술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