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쓰기 전 다른 이들의 리뷰를 맛뵈기로 조금씩 읽어 봤다. 시구가 있어 읽기 편하셨다는 분이 가장 존경스러웠다. 사실 난 이런 책엔 잼뱅이다. 솔직히 집중이 어렵다. 본문을 읽다가 다시 참고 내지는 해설을 읽어야 하는 이런 시스템이 정말 힘들다. 그저 내용에 푹 빠져 읽어내려가고 싶은데 단어 옆에 씌여있는 빨간색의 숫자가 자꾸 눈에 거슬러 해설을 읽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다. 그리고 읽지 않으면 내용 해석이 좀...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이해도 어렵거니와 그 해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독서 태도를 반성하게 된다.)

 

  사실 나의 독서는 내용과 인물 파악이 주이다. 그 내용이 좋다고 외운다거나 한 작가를 마구 파헤친다거나 하는 등의 행동은 거의 없다. 그래서 미드 중 CSI 라스베이거스의 첫번째 팀장(이름이 갑자기 기억나지 않음)이 제일 존경스럽다. 아니 그 대본을 쓴 작가가 존경스럽다. 중간중간 세익스피어등 고전 문구를 인용하는 것을 보면...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하긴 옛 고전을 읽어보면 우리 선조들은 중국의 유명인들이 쓴 시나 책등을 인용해 많은 이야기, 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극찬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물론 박식하고, 열심히 공부했다는 것이 드러날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도 하겠지만 웬지 나는 쪼그라들고 있다. 나처럼 책을 읽고, 그것을 이용해 살아가는 것도 괜찮은데 굳이 모든 본문을 그대로 인용하며 살아야 할까?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데 그저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만큼, 남들에게 창피당하지 않을만큼 독서도 하고, 영화도 보며 살면 되지 않을까?

 

  어쨌든 내용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내가 너무 현대식의 야(?)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조금 부끄러웠다. 사실 이정도의 표현 방식이 그 시대의 정신적 충격이었다는 것이 좀 웃겼다. 영화를 보면 은근 이런 밀서들이 많이 돌고 있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그 밀서들의 내용은 어느 정도였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구하지 못해 애쓰며 읽었을까? 아니면 현대식으로 해석이 되어 만들어진 영화기에 그렇게 표현된 것일까?

 

  내용 자체는 스캔들보다는 옛 어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그런 것이라고 본다. 의리, 약속, 서로를 위함, 은근하고 애교스러운 놀림등 지금 봐도 참 재미나게 살았구나 내지는 역시 나름의 법칙을 깨지 않기 위해 애쓰며 사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기녀이기는 하나 정절을 지키려고 애쓰는 순옥. 그런 양딸을 지켜주고, 아껴주며 자신을 이용해서라도 일을 해결해 나가는 순옥의 양엄마 봉래선, 그 당시로 보면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젊은 첩을 얻어 그녀를 아껴주며 선비로서의 도리를 지키려고 애쓰는 낙안선생, 그런 형님을 지켜주려는 이양진등 이들의 대화와 행동이 우리 선조들(양반과 개녀들)의 보편적 삶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참, 번역부분을 다 읽고, 생각없이 원문을 폈다가 그저 웃고 말았다. 역시 나에게는 다 욕이었다. 제대로 읽지 못하고, 알아듣지 못하면 나는 다 욕이라고 표현하는데 정말 제대로 된 욕이었다. 읽을 수 있는 부분이... 그저 큭큭거리며 해설을 읽고 책을 덮었다. 학교 다닐 때 한문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얼마나 제대로 읽고 해석했을까? 이 책을 역주하신 분들이야 그것이 주된 일이시다보니 가능도 하셨겠지만 어쨌든 다시 한 번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딸아이 한자 급수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며 참 대단하다 했는데 물론 그런 과정을 겪어 교수가 되셨겠지만 아휴...

 

  앞에서도 썼지만 제대로 집중이 되지 않아 참 오랜 시간을 끌어 다 읽은 책이지만 그 당시를 느낄 수 있어 그런대로 잘 읽었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