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40년이 넘도록 서울에서만 살았는데 제대로 가 본 곳이 없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하긴 이십여년 전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경북에서만(군대까지도) 이십년이 넘게 살아온 남편은 서울에 올라온지 이년여만에 서울 지리를 나 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정말 다닌곳 없이 집과 학교, 직장만 알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이들을 학원을 보내지 않은 관계로 낮에 잠깐 시간이 있었을 뿐 아이들이 귀가하는 시간이면 항상 집에 있어야 했고 공부를 봐 줘야 했으므로 어디 다니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집 근처를 제외하고는. 아이들이 어렸을 땐 남편이 늦은 공부를 시작한 관계로 혼자 네 살 터울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힘에 겨워 멀리 가는 것은 생각도 못했었기에 지하철 편도 30분 이내의 여행만 했었다. 하긴 그 땐 지금처럼 많은 곳이 개발되어 있던 것도 아니라 그저 아는 곳만 다녔다.

 

  그것이 버릇이 되다보니 이젠 그저 집 근처만, 다닌 곳만 또 가는 그런 생활이 되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을 발견했다. 큰 아이 대학가고, 작은 아이 중3이고 이젠 늦은 오후까지 시간이 되는데 막상 돌아다니려고 생각하니 막막했었다. 그러다보니 아침엔 집안 청소와 운동. 점심 식사후엔 컴퓨터, 독서, 취미생활이 거의 나의 주 생활이 되어 있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가까우면서도 활동적으로 보낼 수 있는 지침서가 된 것 같다. 꼭 멀리 가는 것만 여행이 아니지 않은가! 비록 겨울이지만 따뜻한 날엔 이 책을 참고 삼아 혼자라도 이어폰 귀에 꽂고 햇빛 쬐러 나가야겠다. 너무 집에만 있었더니 아내는, 엄마는 집에만 있는 것으로 온 가족들이 알고 있다. 사실 이렇게 살다보니 습관이 되어버린 점도 없진 않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을 운동으로 삼고 좀 다녀야겠다. 그러다 남편 회사 근처로 나가게 되면 핑계삼아 점심 외식도 하고. 큰 아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동생 공부 부탁해 놓고 저녁 데이트도 해야겠다.

 

  사실 남들에 비해 좀 일찍 결혼해서 아이도 빨리 키웠으니 팔팔한 나이에 돌아다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직 친구들은 막내가 초등학생이라 무척 부러워한다. 일찍 결혼해 솔로 친구들 돌아다니는 것을 부러워 했었는데 이젠 바뀌었기에, 더구나 더 좋은 환경이기에 아주 신난다.) 참, 데이트하는 딸아이가 이 책을 사려고 했단다. 매일 어디갈까 고민하는 것도 일이라나?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작은 아이가 빌려주지 말란다. (샘 부리기는...) 어쨌든 서울 토박이도, 서울을 알고 싶은 이들도, 관광객들에게도 이 책은 참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