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 읽었다. 구매 한지도 오래 됐지만 읽기 시작한지 거의 한 달만에 읽은 것 같다. 주부로서 할 일도 많았지만 왠지 가슴도 찡하고 뭔가 안됐어서 책을 잘 잡지를 못했다. 처음 영화로 나왔을 때 내가 주로 보던 미국이나 유럽의 영화가 아니라서 더 끌리기도 했다. 하지만 뭐에 쫓겼는지 그거 한 편 볼 시간을 내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잠에 취해 못 봤다. 하루 밤 잠 4시간은 나에게 무리였던지 여기저기 자꾸 아픈 덕에 아침에 모자른 잠을 자고 운동을 하고 집안일을 하다보며 어느 새 아이들이 돌아 올 시간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많이 아쉬웠는데 마침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영화 시간에 비해 책의 두께는 만만치 않았다. 솔직히 잡기가 겁났다. 사기는 했으나 얼마나 재미있을지도 모르겠고, 남들은 재미있어도 나의 취향에 맞을지도 몰랐기 때문에. 하지만 읽다보니 잡으면 놓기 힘들었고, 놓으면 다시 잡기 힘든 그런 책이었다. 

  솔직히 난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잘 몰랐다. 그냥 뉴스에서 탈레반이 어쩌고 저쩌고 떠들면 그냥 '무서운 놈들이 신을 핑계로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구나 .'  하는 생각만 했었다. 그 전쟁에 옛 소련이 관여 되어 있다는 것도 몰랐고, 종파에 의해 그렇게 무자비한 학살이 있었던 것도 몰랐다. 또한 권력을 잡으면 무자비하게 휘두르고자 하는 것은 세상 어디나 다 똑같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는 소설이었다.

  이 이야기는 하산 이라는 충실한 하인을 둔 아미르라는 샌님 같은 아이의 이야기이다. 일찍 돌아가신 엄마의 얼굴을 모르는 아미르. 아이를 낳자마자 도망가 버린 엄마를 둔 하산. 두 아이들은 정말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니며 모든 일을 함께 했다.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와 하산의 아버지 알리의 어린시절처럼. 그런데 바바는 샌님같은 아미르보다 진짜 사나이 같은 하산을 더 좋아했다. 아미르가 죽은 엄마의 책에 파묻혀 지내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했던 탓이었는지 바바는 하산에게 더 잘해 줬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나중에 바바가 죽고 바바보다 더 따르던 바바의 파트너 라힘 칸에게 하산이 바바의 또 다른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바바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자신의 친 형제 같았던 알리의 아내를 범해서 낳은 아들이었으니 대 놓고 아들이라고 하지도 못하고 그저 뒤에서 맘씨 좋은 주인 행세밖에 할 수 없었던 바바의 심정이 이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배신감(?)은 어찌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어쨌든 자신으로 인해 곤경에 빠진 하산을 모르척 했던 죄책감을 하산을 모함해서 다시는 보지 않는 것으로 해결하려 했던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바바와 미국으로 망명하고 그곳에서 결혼을 하고 소설가가 되어 잘 살고 있었으나  라힘칸이 파키스탄으로 불러들여 그곳으로 가게 되었고 거기서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집을 나갔던 알리와 하산의 소식을 모두 듣게 되었다. 더불어 조카가 있다는 사실도. 그래서 라힘 칸의 강제적 권유로 조카를 찾으러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예전에 하산에게 못된 짓을 한 아세프로부터 하산의 아들인 소랍을 찾아 도망쳤지만 소랍을 미국으로 데려오기까지 끔찍한 일을 겪어야만 했고, 그 일로 소랍의 닫힌 맘을 풀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마지막에 소랍을 미소짓게 만든 것은 아미르와 하산의 사이를 멀게 만든 연이었다. 아미르가 연날리기 대회에서 일등을 했지만 그 날 아세프에게 강간을 당한 하산을 모른척한 대가를 이렇게 치뤄냈고, 하산의 아들이자 자신의 조카 소랍을 위해 연을 주우러 가며 끝나는 마무리는 나의 가슴속에 뭔가 뭉클한 것을 남겼다. 

  사람의 맘 속에 이기심이라는 것이 정말 크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이기심 때문에 아미르는 하산을 버렸고, 하인으로서 이기심은 생각도 못했던 하산은 죽는 날까지 아미르를 주인으로 섬기며 살았다. 비록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에 따로 살고 있기는 했어도 아미르의 버려진 집을 지키며 아미르가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라힘 칸과 아내와 아들과 살다가 탈레반의 학살에 아내와 함께 그렇게 죽어간 것이다.  미국에서도 하산만 생각하면 괴롭던 아미르느 라힘 칸의 도움으로 그나마 하산에게 사죄할 기회를 얻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다만 권력이라는 것과 인종 차별이라는 것 때문에 하산의 부자가 겪은 고통은 정말 가슴 아팠고, 안됐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것도 아세프라는 한 사람에 의해 같은 일을 겪었고, 아세프가 속한 탈레반 때문에 소랍이 미국에 오지 못할 뻔 한 상황은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가슴 떨리는 장면들이었다. 어쨌든 모든 것이 잘 해결되어 소랍이 아이가 없는 아미르 부부의 양자로 들어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 내릴 뿐이다. 더불어 제발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아지고, 신을 핑계로 남을 해하는 이들이 점차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