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는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 1:15)고 하였다. 그런즉 죄의 어미는 욕심이요 “죽음은 죗값”(롬 6:23)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욕심은 허영심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허영은 ‘세상의 영화’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것은 세상은 거짓(실상이 없는 것)에 넘치고 있으니 세상의 영화는 결국 거짓 영화, 즉 허영임에 틀림없다. 다시 말하면 자기의 정도와 실력에 지나치는 영화를 누리는 것이 곧 허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 자기의 정도와 실력에 맞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허영’이란 사전을 찾아보니 “자기 분수에 넘치고 실속이 없이 겉모습뿐인 영화, 또는 필요 이상의 겉치레”를 의미한다. 대체로 허영은 물질을 통하여 육체생활을 주관하는데, 불신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말하지 않던가?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잠 27:1) 살아 있다고 으시댈 인생은 없다. 무언가를 소유했다고 자랑할 것도 없다. 건강관리를 잘 했다고 안심할 것도 없다. 오늘 있다가 내일 없어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

 

이 책은 미국 칼빈대학교에서 고대와 중세의 철학 역사와 윤리학을 가르치는 레베카 드영 교수가 헨리 스톱 박사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칼빈대학교에서 윤리, 변증, 철학적 신학 등을 주요 주제로 열리는 스톱 렉처에서 이루어진 강연을 토대로 허영을 집중 조명하며, 허영이 우리 마음에 침투하여 어떠한 영적 작용을 하는가에 대하여 자세히 말해 준다. 특히 사막 교부들로부터 어거스틴, 토마스 아퀴나스 등 중세에 이르기까지 허영의 영적 문제로 고뇌했던 이들이 어떻게 이를 해결하려 했는지 그 여정으로 이끌어가게 한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막 교부들에게도 이 주제가 얼마나 강력한 걸림돌이었는지, 그 뿌리와 파급력 등이 어떠했는지 자세히 펼쳐 보이며, 다시 삶의 방향을 재수정해야 하는 시급함과 실제적인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

 

허영은 우리가 모두 저지를 수 있는 악이다. 누구든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인정받는가에 과도하게 집착할 수 있다. 허영이란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문제다. 허영은 세속적인 영광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죄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삶을 괴롭히는 악이다.

 

저자는 기독교 전통 속에서 허영이 ‘으뜸 악’임을 설명하면서 허영이라는 악의 뿌리가 교만과 두려움 둘 다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말한다. 또한 허영에 대해 주의 할 것은, 교만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한때 누렸던 과거의 영광 때문에 가짜 명성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존재’인 것을 자꾸 까먹는다. 잠깐 내 곁에 있다가 사라지는 것을 착각하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세상 것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그것을 소유하지 못했다고 속상해하고 자존심 상해한다. 그것을 소유한 사람들을 시기하고 질투한다. 그런 것들을 소유한 사람들은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한다. 아파트를 소유한 것으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통장 숫자로. 더 어리석은 사람은 그런 것들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잘난 체한다. 일찌감치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안전지대는 없다는 사실을.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지나가고 만다는 것을, 예수 그리스도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 또 다른 행복임을. 그게 영원한 안전지대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 책의 뒷 표지에는 “인정받고 싶은, 사랑받고 싶은, 주목받고 싶은 인간의 은밀한 악, 허영”이라는 문구가 수록되어 있다. 허영에 맞서지 않으면 그 악이 우리 영혼과 공동체를 송두리째 황폐하게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심오하고, 읽기 쉽고, 재치 있고, 설득력 있고, 역사적 사실을 알려 주고, 목회에 매우 유익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