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를 보고 놀랐다. 에너지 선생은 얄개시대로 유명하신 조흔파 선생님의 작품이었다. 학창시절 임예진과 이승현, 김정훈 등 하이틴 배우가 나오는 영화에 푹빠져 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났다. 나한테는 고등학교 생활이 동경의 대상이었고, 하이틴 배우들의 톡톡튀는 유머와 재치넘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선생님과 부모님을 기겁하게 만드는 행동들은 스트레스를 확 날려주는 에너지원이었다.

가끔 그때의 하이틴 스타들이 토크쇼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호탕하게 웃으며 시원함을 선사했던 그 시절 하이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에너지 선생도 영화로 제작되어 나온걸로 알고 있는데 아쉽게도 그 영화는 보지 못했다. 다행히도 책으로 접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10대에 보았던 하이틴 영화의 감흥만큼은 아니지만 이 책은 일상에 지친 내마음에 화사한 미소를 선사했다. 아마도 10대의 때묻지 않은 마음으로 보는 것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성인으로 보는 시각이 달라서 예전만큼의 설레는 감정은 없지만 읽는내내 즐거움과 그리움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이 책이 주인공 수동은 회사의 대표이사로 아이들의 아버지로 어르이 되었지만, 어릴적 첫사랑인 미나와 자신의 이름을 지어주셨고, 수동이네 가족의 훈육선생님으로 함께 생활했던 에너지선생님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는 10대의 중학시절로 돌아간다.

어느날 수동이네 집에 풍채 좋으신 어르신 한분이 찾아오신다. 그분은 바로 아버지 어머니의 결혼을 중매해주셨고, 아이들의 이름을 지어주신 에너지 선생님이시다. 집안의 흐트러진 군기를 바로 잡으시겠다며 수동이네 집에 머물게 되고, 그때부터 수동이네 가족은 에너지 선생님이 계엄령 아래 지내게 된다.

아직 철부지인 수동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계엄령을 위반하면서 웃음을 선사하고, 에너지 선생님의 계엄령 덕분에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하다 미나라는 여학생을 만나게 된다. 첫눈에 미나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고 그녀가 바로 아버지의 운전기사인 차기사 딸임을 알게 되고, 신분 차이로 아픈 사랑을 하게 된다.

미나와 만남을 갖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구상해 내는 수동이의 눈물겨운 모습과 미나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아름답게 그려진다.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에너지 선생은 어떤 눈으로 비쳐질까? 이성에 막 눈뜨기 시작한 청소년기의 풋풋하고 설레는 첫사랑...우리때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까? 남녀공학이라 우리때만큼 신비스러움은 없겠지. 학창시절 부모님들이 복고풍 노래나 영화를 보시면 시대감각이 뒤떨어지셨다고,,,저런게 뭐가 재미있냐고 여쭈었는데 이제야 부모님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미래 보다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나를 뒤돌아 볼 수 있게 만들고, 한템포 쉬어가는 쉼표를 남겨주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