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고 딱딱하기만 과학 특히 생물은 신체와 관련되어 다양한 용어로 지레 겁부터 난다. 하지만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를 읽고나서 과학에 대한 선입견이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하리하라의 팬이 되었다.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예를 들어가며 과학이나 생물에 대해 설명했기 때문에 과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사람도 지루함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바이오 사이언스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딸아이는 과학중에서도 생물을 가장 싫어한다. 학기말 고사를 치르면서 멘델의 유전법칙과 초파리의 돌연변이를 이해못하겠다며 나에게 설명 좀 해 달라고 교과서를 가지고 왔는데 학창시절에 배웠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설명을 해 주었지만 아이는 좀처럼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많이 답답했었다. 그런 아쉬움을 보충해 주기라도 하듯 이 책을 통해 아이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하리하라의 바이오 사이언스>는 유전과 생명공학 분야를 다루고 있다. 거의 모든 생물체의 유전물질인 DNA와 RNA의 기본구조, 염색체, 2003년 완성된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대한 기본용어부터 재미있고 알기쉽게 설명해 준다. 오랜 세월동안 비밀로 감추어져 있었던 유전의 비밀을 멘델은 완두콩의 실험을 통해 세상에 밝혀지게 된다. 학창시절 열심히 외웠지만 까맣게 잊혀졌던 우열의 법칙, 분리의 법칙, 독립의 법칙이 왜 이렇게 반갑게 느껴지던지..하지만 멘델의 법칙은 그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하고 30년이 지나서야 세명의 연구자에 의해 빛을 보게 된다.

DNA가 유전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 생명 복제의 신비를 간직한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힌 일은 유전 연구에 있어서 대단한 혁명이었다. 그러나 그 혁명은 알고 보면 불씨에 불과했다. 유전학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초파리를 통해 돌연변이와 유전질환을 발견하게 되었고, 염색체가 유전물질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전자 재조합 시대가 도래하면서 유전자 재조합 식품과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복제양 돌리, 줄기세포를 이용한 불치병 치료 등 그전까지는 공상과학영화나 우리가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일들이 현실로 이루어지게 된 과정과 원리를 말해 준다.

이 책 속에는 이런 유전과 생명공학 분야에서 새롭게 밝혀지는 유전의 비밀을 쉬어가는 페이지를 통해 재미난 에피소드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윌킨스와 프랭클린의 알력싸움에 어부지리로 DNA의 X선 사진을 손에 넣을 수 있었기때문이란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놀랍기까지 했다.

얼마전에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난 소녀가 부모님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내용의 소설인 <쌍둥이별>을 읽으면서 안나의 엄마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다. 똑같은 자식인데 한아이를 살리기 위해 의약용으로 태어난 안나의 모습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음 한다. 생명의 존귀함이 사라지는 느낌이었으니까..

이 책을 읽다보면 유전자를 연구하면서 인간은 갈수록 잔인해진다는 생각이다. 좋은 쪽으로 유전자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극히 일부의 과학자들은 과욕을 부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우생학인것 같다. 우등한 민족이 열등한 민족을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로 인류역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던가..생명은 누구에게나 귀하고 소중한 것임을 깨닫고 유전자 연구가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위한 순수 목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