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보고 있다"란 책 제목을 보고 몇년전 모 고등학교 학교 급훈이 인터넷 유머방에서 의미심장하게 나돌던 생각이 났다.  입시전쟁에 시달리는 교육 현장을 대변이라도 하듯 교실내에 버젓이 이 문구가 급훈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던 적이 있었다.

혹시 이 책도 그런 내용은 아닌지, 어린이 도서니까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성적에 대한 아이들의 고민거리를 동화로 엮은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혜진이는 엄마와 재혼한 아빠가 사고로 두분 모두 돌아가시고 재혼한 아빠의 언니와 오빠랑 함께 살고 있는 결손가정의 아이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이런 가정일 경우 문제아로자랄거란 편견을 가지고있는데, 이 책의 혜진이와 언니, 오빠는 어른들의 편견을 무너뜨리는 오히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이어서 어른들의 일그러진 시간에 일침을 놓았다.

물질만능, 개인주의에 물든 요즘 아이들과는 달리 혜진이는 초등 6학년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각이 깊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그려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하늘에서 "엄마가 보고 있다"는 믿음으로 바른 생활을 하며 씩씩하게 살고 있는 혜진이는 공부를 잘 할경우 고생하는 언니.오빠의 기대감이 높아지면 교육비에 부담을 주게 될까봐 공부도 중간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실력을 맘껏 펼칠 수 없는 혜진이의 현실에 마음이 아려왔다.

혜진이의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은  유학갔다 돌아온 짝궁 양재석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엄마가 보고 있다"는  담임 선생님이 지어주신 양재석 전용 급훈으로 천방지축인 재석이를 잠시나마 얌전한 어린이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정도로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심한 애착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다. 그러나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혜진이만의 따뜻한 마음이 재석이의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정신장애를 이겨내고, 급속한 성적 향상과 함께 방송반 기자까지 합격하게 된다.

공부 잘하고 깔끔한 성격의 한혜민, 거칠지만 화끈한 성격의 한혜원, 넉넉한 큰 언니같은 마음을 가진 한혜진 이 세명의 사춘기 소녀들이 삼한시대란 이름으로 똘똘뭉쳐 펼쳐지는 아름다운 우정과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권위주의에 앞서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들에게 사과할 줄 아는 참교육을 실천하시는 선생님과의 따뜻한 교실 모습이 풍경화처럼 이 책을 읽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변화시킬거라 생각했다.

오랜만에 따뜻한 가족상을 그려낸 좋은 책을 읽고 나니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잊고 지냈던 가족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믿어주는 마음, 나보다는 언니와 오빠의 행복을 바라는 혜진이의 마음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또한  결손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해 있을거란 잘못된 생각과 편견을 버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또한 소녀가장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두 동생을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마음 착한 언니와  행동 거칠고 사고뭉치인 오빠였지만 누나와 혜진이를 위해 열심히 기술을 습득하고 공부하는 학생으로 변모하면서 든든한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을때는 앞으로 삼남매에게 펼쳐진 행복만이 눈에 그려져 나도 모르게 울컥한 무언가가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