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두렵다. 머지않아 소설이나 영화 속 세상이 올까봐...지금도 어릴적 영화에서 봤던 일들이 현실이 된 경우도 많으니까...

 

이 책에서는 정확한 시대적 배경은 나오지 않는다. 승자도 없이 지리하게 이끌어온 2년여에 걸친 태평양 전쟁의 종말은 치사율 100%라는 생물학 폭탄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이 전쟁으로 백신을 맞은 어린이와 노인들만 살아남고 중장년층은 모두 죽고 만다. 이제 미국에는 엔더라 불리는 60대 이후의 노인과 스터터라고 불리는 10대 이하의 어린이들을 일컫는 스타터만이 존재한다.

 

200살까지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엔더들은 자신들의 일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19살 미만의 스타터들의 취업을 법으로 금지시켰다. 원칙적으로 보호자 없는 스타터들은 집단수용소에서 생활해야 한다. 열여섯살의 주인공 켈리 또한 생물학 폭탄으로 사랑하는 부모님의 잃은 후 집단 수용소에 들어가지 않자 집행관들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일을 할 수도 없고 거처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심장이 아픈 남동생 타일러와 편히 지낼 수 있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프라임 데스티네이션 회사를 찾아간다. 그곳은 십대 아이들의 젊은 몸을 원하는 엔더들을 위해 돈을 주고 십대 아이들의 몸을 빌려주는 회사였다. 그들은 엔더들이 원하는 몸으로 켈리를 시술하고 머릿속에 칩을 장착한 후 렌더로 계약을 맺는다. 엔더가 켈리의 몸을 렌트하는 동안은 켈리는 수면상태에 빠지게 된다. 동생을 위해 고민끝에 렌더가 되기로 결심한 켈리..

 

십대의 몸을 빌린 엔더들은 젊음을 즐기기 위해 계약을 위반하면서 10대들의 몸을 함부로 사용한다. 엔더들에게 십대 주인의 몸은 중요하지 않다. 다치거나 죽게 되면 다른 10대의 몸을 빌리면 그만이니까..십대의 몸을 렌트하길 원하는 엔더들의 수요가 늘어나자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에서는 영구임대까지 계획한다. 켈리처럼 생계를 위해 렌더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름다운 외모로 변신하기 위해 부유한 조부모를 둔 십대 아이들도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을 찾는다. 문제는 렌더가 점점 사라지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켈리의 몸을 빌린 엔더는 10대들의 몸을 빌리는 비윤리적인 렌트 행위를 사회에 알리고 실종된 10대 아이들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켈리를 이용한다. 켈리의 목적은 단 하나, 아픈 동생을 치료하고 함께 살 집을 마련할 목적이었는데 자치하면 자신의 목숨이 위험에 처할 위기에 놓인다.

 

생각만으로도 끔직한 세상이다. 가진자와 못가진자로 나누어진 세상, 생계와 외모때문에 몸을 빌려주고 젊음을 누리기 위해 어린아이의 몸을 사는 기이한 세상..가끔 살아있는 사람의 몸을 이용해 영혼이 들고 나는 영화는 본 적 있는데 멀쩡한 정신으로 남의 몸을 빌려서 생활하는 삶이 과연 즐거울까?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며 가진자들의 젊음만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과욕이 빚어낸 세상을 날카롭게 꼬집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마지막 장면이다. 여러번 읽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은 캘리의 몸을 빌린 사람은 또 누구인가..아버지의 목소리는 갑자기 왜 등장하는 것인지..그럼 올드맨이 아버지인가..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결말이었다. 암튼 이 책 가독성 하나는 최고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