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딸이 일본의 태양신이 되다'라는 글귀를 보면서 묵직했던 가슴 한켠의 체증이 내려간 듯 속이 후련한 느낌이었다. 유구한 역사를 지녔음에도 외부에서는 코리아는 일본이나 중국의 속국처럼 알려져 있다는게 속상했었다.

 

일본 왕의 총애를 받았던 기생 미도리는 궁궐에 입성하기 위해 임신했다는 거짓말을 한다. 미도리는 출산일이 다가오자 구다라(백제)에서 순덕이란 여자를 데려 온다. 순덕이가 임신한 아이가 훗날 천하를 평정할 아이라는 선사의 말을 듣고 아들이라 믿고 있었는데 막상 태어나고 보니 딸이었다. 결국 미도리의 궁궐 입성은 무산되지만 왕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딸 히미코는 궁궐에 입성하게 된다.

 

히미코는 기생의 딸이란 신분때문에 온갖 핍박을 받으면서도 궁에서 굳건하게 버텨낸다. 모든 사람들의 멸시에도 그녀를 옹호하고 지켜주는 왕자 와타나베가 있기때문이다. 최고의 권력자인 대비마마 수인은 히미코를 백제의 볼모로 보내고 그곳에서 히미코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백제의 왕자 의후와 사랑에 빠진다. 의후의 탄생 또한 히미코만큼이나 불운했다. 아버지는 왕이지만 어머니의 신분이 천하다는 이유만으로 왕으로부터 철저히 이용만 당하는 의후는 사랑하는 히미코와 결혼하기 위해 아버지의 요구로 전쟁터로 떠난다. 

 

볼모에서 풀려나 왜로 돌아온 히미코는 '버림받는 사람이 없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왕이 되기고 결심하며 여자로서의 모든것을 버린다. 히미코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왕의 자리까지 내어주며 변함없이 히미코를 사랑하는 와타나베와 의후의 사랑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히미코의 탄생은 불운하였지만 그녀는 그녀만을 위해 모든것을 희생한 와타나베와 의후의 사랑으로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역사팩션소설이지만 통쾌할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왜곡된 역사가 이제야 제자리 찾는 느낌이랄까? 비천한 신분에서 태양신이 되기까지의 처절했던 히미코의 삶..사랑과 여자로써의 행복까지 모두 버리고 오로지 자신처럼 불운한 백성이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던 히미코,,때로는 너무 왕의 자리에만 집착하는 히미코의 모습에 진저리 칠정도로 무섭기도 했다. 이런 히미코의 모습에도 변함없이 히미코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두남자의 사랑은 감동을 넘어 애잔한 아픔으로 남았다. 왕권을 지키기 위해 또는 왕권을 이용해 온갖 권모술수를 벌이는 탐욕가들의 모습들이 어우러지면서 멋진 역사팩션로맨스소설이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