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케네디 작가는 [빅 피쳐]로 많은 애독자를 가지고 있는 분이셨는데 내게는 처음 만나는 작가다. 작가의 약력을 보니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활동은 주로 영국에서 하고 있으며, 책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는 글을 보면서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모멘트> 또한 여러나라를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있는 주인공 작가의 사랑 그리고 인생을 이야기한 책으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책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주인공 토마스는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곳을 다니며 여행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토마스의 아내 '잔'은 늘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과거의 추억속에 살고 있으며, 여행을 핑계삼아 현실에서 도피하려고만 하는 남편에게 불만을 터트리며 결국 결혼 20년만에 이혼서류를 보낸다. 현실도피형인 토마스는 이혼서류에 대한 답변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피하고자 또다시 숨을 곳을 찾고 때마침 베를린에서 날아온 소포와 함께 도망친다. 세상에 이런 남자도 있을까? 시작부터 답답한 남자주인공에게 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이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인생을 사는 것일까? 그런데도 토마스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라니..믿기지가 않았다.

 

우유부단하고 현실도피형인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고민도 잠시 주인공이 과거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하자 저절로 책 속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토마스는 지금이나 과거나 성격은 같았다. 누군가에게 얽매이기 싫어하는 성격때문에 스스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거리를 두었으며, 그런 성격때문에 그는 여행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에게도 빠져들게 만드는 일이 생겼다. 바로 첫눈에 반해버린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첫번째 낸 여행기가 인기를 끌면서 그는 두번째 책 제안을 받게 되고, 독일 베를린으로 출발하게 되고, 독일 라디오 방송국에서 함께 일하게 된 페트라 두스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는 동독을 탈출하여 서독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CIA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토마스는 페트라 두스만의 환경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페트라와 결혼 후 미국 국적을 취득하면 더 이상 감시받으며 두려움에 떨며 생활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나 페트라가 동독의 스파이이며 토마스를 이용하기 위해 고의로 접근했다는 정보를 듣고 토마스는 배신감을 느끼며 결국 그녀의 변명조차 듣지 않은체 매몰차게 그녀를 쫓아낸다. 결국 그녀는 동독으로 추방당하게 되고, 토마스는 미국으로 돌아와 지금의 아내 '잔'과 결혼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늘 페트라를 그리워한다. 20년이 흐른 지금 베를린에서 도착한 소포는 바로 페트라의 일기장이었으며, 그녀가 스파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토마스를 사랑했었고, 삶을 마감할때까지 토마스를 그리워했다는 이야기에 순간의 의심으로 그녀의 진실한 사랑을 믿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가슴 아파한다.

 

인생에서 처음 찾아 온 사랑 그 사랑에 어떤 의도가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상대방의 해명은 결코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 배신감이란 단어가 더 크기에 결국 상대방의 말은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테니까..두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게 만든 가장 큰 요소는 분단국가라는 시대적 상황이었다고 본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사랑이 더욱 애달하고 안타깝고 가슴을 아리게 만든 이유라고 보여진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두사람의 사랑이 시작되었고 결실을 맺었다면 [모멘트]란 작품은 탄생하지 못했겠지..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