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온 몸에 소름 돋도록 짜릿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심리 스릴러 소설을 만났다. 독일 최고의 정신과 의사와 범죄 심리학자 모두 사람의 심리를 다루는 직업인만큼 두사람이 벌이는 고도의 심리전은 한마디도 놓칠 수 없을 정도의 흡입력으로 독자를 몰아간다. 정신의학분야에 해박한 지식으로 인간 심리를 예리하게 그려내면서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널리 알려진 저자의 명성만큼이나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또한 기대이상의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정신과 의사 얀 마이는 사라진 약혼녀 레오니를 찾기 위해 라디오 방송국에 방청객을 인질로 잡고 '캐시 콜 라운드' 게임을 시작한다. 매시간마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상대방이 '101.5 방송을 듣고 있어요. 이제 인질을 1명 풀어주세요" 를 말하면 인질 한명이 석방되지만 다른 답변이 나오면 사살되는 게임이다. 정신과 의사로 사람들의 촉망을 받던 그가 인질극을 벌이게 된 배경에는 '그들을 믿지 마세요'란 말 한마디만 남기고 사라진 연인 레오니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믿지 못할 통보와 함께 자신을 마약범으로 몰아가면서 의사직까지 박탈하는 등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누군가의 음모에 분노하여 결국 인질극을 벌이게 된다. 이 사건을 종료시키는 방법은 단 하나 얀 마이의 약혼녀 레오니를 그의 앞에 데려다 주면 인질극 게임은 종료된다.

 

이 사건을 지휘하는 슈토이어 국장은 범인의 요구에 의해 범죄심리학자이자 인질 협상 전문가인 이라 자만을 투입한다. 이라 자만은 다자간 사랑을 추구하는 큰딸 사라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정신적 충격으로 술에 빠져 살고 있으며 사건 당일날은 자살을 결심하고 약을 먹기 위해 콜라를 사던 중 그녀와 친분이 깊은 동료 경찰 괴츠에 의해 사건현장에 끌려오게 된 것이다.

 

인질범은 이라 자만을 어떻게 알고 그녀가 협상자로 나오길 원했을까? 의문을 가졌었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그 이유가 밝혀지지만..아무튼 인질범은 이라 자만의 큰딸 사라의 죽음을 집요하게 파고 들면서 그녀의 아킬레스를 자극하지만 도망칠 수조차 없다. 언니의 죽음으로 엄마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 건 작은딸 키티가 인질범이 속한 스튜디오내 싱크대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괴츠에게 듣게 되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다. 괴츠에 의해 억지로 협상자리에 앉게 되었다면 이제는 딸을 구출하기 위해 인질범을 회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이 해결되기 보다는 점점 더 꼬여가고 복잡하게 얽히면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느낌이 드는 찰나에 마피아 두목 마리우스 슈바로프의 등장으로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이 누구였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도 진범을 알 수 없는 복선과 반전, 예상을 뒤집는 범인은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다. 뇌물로 얼룩진 경찰관,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때문에 죄 없는 시민이 범죄자로 둔갑하는 장면은 짜릿함과 통쾌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단면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다. 아버지와 딸의 기구한 운명 그리고 딸들과 이라 자만, 레오니와 얀 마이 모두 사랑하는 사람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다. 서로가 간직한 비밀때문에 그들은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각자의 아픔을 터놓고 이야기했다면 사건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