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작 단편에서는 스물, 스물둘, 스물여섯, 서른넷, 서른여섯, 마흔의 나이에 이른 등장인물들이 각자 일인칭 시점에서 자신의 사랑과 성과 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섯명의 인물들은 어떤 형태로든 남녀관계로 이어져 있으면서 제각기 자신만의 인생이 있다.(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인 요코모리 리카는 일본에서 다양한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주목받는 여류작가이다. 미대를 졸업하고 영화평론가, 미술트랜드칼럼니스트이며 여러 여성지에서 코멘테티터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녀의 연애론, 결혼론, 라이프스타일론, 인생론이 많은 여성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20대 초반부터 40대 후반까지 각기 다른 환경과 다양한 연령층이 가지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의 지극히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사랑과 식욕의 관계를 포착하여 감각적으로 글을썼다.  소설에는  음식을 소재로  식욕과 성욕간의 오묘하고 깊은 상관관계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 하고 있다. 20대의 유코와 미키, 미오의 성공한 남자를 만나려는 이유나 30대의 신이치로와 야스요, 40대인 미라이, 그리고 50대인 게이슈 등의 등장인물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끼리의 갈등을 음식을 매개로  저마다의 욕망과 인생을 보여준다.  라즈베리 무스, 딸기 타르트, 편의점 삼각김밥 등과 같은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연령대에 어울리는 음식이 등장한다. 성욕과 식욕 사이에 공통점이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어  원초적인 느낌이 드는 구절들을 많이 만났다. 

미오, 인간은 먹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먹는 것은 인간의 기본이야. 그래서 맛없는 것을 먹으면 안 돼. 늘 맛있는 것, 잘 갖춰진 것을 먹어야 해. 지나친 듯해도 그것이 바로 좋은 인생을 만들어 가지. 특히 일본 음식의 기본은 밥, 국, 채소절임이야. 이게 가장 중요해. 다른 반찬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온갖 희귀한 걸 먹어보고 싶은 건 인간의 욕망이니까. 욕망은 끝이 없는 법이지. (p.186, 밥과 국과 채소절임과 중에서) 

많은 학자들은 뇌의 같은 부분에서 성욕과 식욕을 관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는 같은 계열의 느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식욕과 성욕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욕구는 무수히 많지만 가장 원초적 욕구가 바로 식욕과 성욕 두 가지다. 식욕이란 음식물을 섭취하려는 욕구, 성욕은 이성과 접촉하기 바라는 욕망이다.  좀더 고차원적인 표현을 빌리면 개체보존 욕구와 종족보존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이 둘의 공통점은 둘 다 종족의 보존을 목표로 하는 욕구이고 인간의 본능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발정기가 따로 없다. 사시사철 생식과 무관한 성행위를 즐기기 때문에 생명이 유지되는 한 식욕과 마찬가지로 성욕도 존재한다. 또한  성욕과 식욕은 서로 보완재인듯하다.  성적갈망이 채워지지 못하면 식욕이 대신해 일어나며 허기진 배를 채운다.   성욕과 식욕은 밀접한 관계로 인간의 일상사에 영향을 끼쳤고, 이는 예술 작품 속에서도 가끔 연관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령 과일로 묘사된 그림 속의 성기나 기이한 음식 속에 나신이 찍힌 사진 등이 바로 그것을 나타낸다. 너무 비약적인 예가 될지 모르지만  비만 부부가 결혼하면 갑자기 살이 빠지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식욕과 성욕이 일치한다는 것에 대하여  미국의 여성작가인 도로시 앨리슨(Dorothy Allison)이 쓴 『인간쓰레기(Trash)를 보면 "나는 그동안 만났던 여자들을 함께 먹은 음식으로 기억한다. 몇 시간씩 사랑을 나누고 난 후에 냉장고에서 뭘 꺼냈던가를 떠올리며 기억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먹고 싶어하지 않던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결국 그 여자와는 오래 가지 못했다." 여자들이 먹는것에 반응하는 정도는 섹스의 그것과 똑같은 것 같다. 즉, 뭔가를 함께 나누면서 충만감을 얻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