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도망자 이치도라는 책으로 한번 접해보았던 성석제 작가.

그 당시는 한국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 좋아하는 문체라던가 작가를 마음 속에 정하지 못했던 때였다.

그럼에도  성석제님의 책에는 강렬한 입담이랄까. 글이면서도 직접 말로 듣는 듯한 느낌에 가벼운 듯하지만 살짝은 냉소적인 느낌..

뭐 이런 다양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읽게 된 칼과 황홀은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음식 관련 에세이집이다.

하지만 소설이든 에세이이든 작가의 글체는 변함이 없는 것이어서 이 에세이를 보면서 오히려 성석제 작가님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개나리색처럼 샛노란 표지와 정훈이 님의 칼라 삽화도 이 책을 선택하는 데 한몫을 했고 말이다.

 

1부 하루 세 번의 여행

2부 마음의 노독을 풀어준다

3부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이렇게 총 3부로 나뉘어 고향의 음식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어느 타향에서 맛 본 고향음식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 그리고 여행을 떠나 먹은 음식(국내 음식도 해외 음식도 있다.) 등 종횡무진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음식이야기 혹은 그 장소의 추억, 또 음식과 함께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깔난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맛집 블로거이며 맛집 추천이며 무수하게 쏟아지는 글들을 나도 한번은 찾아보았고, 비슷하게나마 흉내내어 쓴 적도 있다.

그런데 그 글들은 어느새 홍보성 글이 되기도 하고 멋들어진 사진의 향연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음식이 있어서 일어난 스토리.. 그런 것들이 부족해지고 있었다는 것을 이 '칼과 황홀'을 보면서  느꼈다.

 

음식의 사진이 없어도, 맛있다는 미사여구와 칭찬이 없어도 성석제님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이 음식은 어떤 맛있까. 어떤 분위기의 가게이길래 이런 글을 썼을까 하고 궁금증이 일어난다.

중간 중간 성석제 작가님이 맛집 블로거라면 이거 참 볼만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정도였으니....

 

에세이를 잘 안 읽는 나이지만 이 책은 참 맛있게 읽은 것 같다.

아니면 진짜 눈으로 글 속에 있는 음식들을 즐겼는지도...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