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중심 구조는 겨울을 나기위한 땅의 확보를 둘러싼 유목민과 정착민의 갈등이라는 그야말로 단순한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이 구분이 근대와 비근대, 다수자와 소수자, 역사와 역사가 아닌 것의 대결이라는 것쯤은 굳이 거대한 담론을 끌어대지 않더라도 자명해 보인다. 그래서 주류인 제도 권력과 소외당한 소수자의 도전과 응전과 같은 식의 역사적 인식론을 더하는 것은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물론 이것이 이 작품의 주제를 구성하는 뼈대이며, 호소하고 동조를 구하는 의식임에는 분명하지만, 이에 더해 사람의 욕망이라는 본성의 탐색과 이에 맞서는 이타적 숭고함의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을 읽으며, 투르크멘의 후예인‘카라출루’부족을 통한 옛 유목민의 영화와 전통에 깃든 자유로운 인간정신의 복원까지 찾는다면 소설의 매력은 배가 된다.

줄거리는 동일한 유형의 폭력에 놓인 카라출루족의 속수무책의 절망이 반복되어 자리 잡고 있다. 고산지대의 방목장에서 한 철을 지내지만 겨울에는 추위를 피해 초지가 있는 평원으로 내려오는 유목민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은 이미 평원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정착민과의 대결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터키의 근대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19세기를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미 도시화와 유목민의 정착이 고착화되고 있어 특정한 거주지 없이 계절별로 이동하는 이들에게는 땅의 소유와 점유에 대한 과제는 엄청난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카라출루족이 겨울캠프를 치는 땅에는 여지없이 사용료를 달라는 지주들이 나타나고 그 횡포의 권력자들은 수 없이 나타난다. 동일한 땅에 셀 수 없을 정도의 주인이 있는 곳. 끊임없이 이들 다수자들에게 착취당하지만, “당신들을 제외하고 모두들 것.”인 모두에게 사용료를 지불할 도리는 없는 것이니 종내 자리를 떠 날 수밖에 없다.
소설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부족의 축제, ‘흐드렐레즈의 밤’에 동서(東西)의 별이 합쳐지는 별똥별을 보며 한 해의 소원을 비는 이야기에서 전통적 공동체성의 강화와 재확인, 신성성의 유지가 이미 분열되고 해체되는 과정임을 보여주고 끝내는 전통과 단절된 채 우울과 비애라는 근대화 된 개인, 즉 새로운 주체와 감수성으로 변화된 부족, 즉 종족의 소멸을 알린다. 부족의 겨울을 지낼 땅을 내려줄 것을 기원하자는 결의는 족장과 대장장이를 제외한 모두가 저마다의 이기적 소원을 비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의식은 작품 전체를 주도하고 있는데, 유목민의 신성을 상징하는 대장장이‘하이다르 우스타’가 30년을 벼리어 온 신검을 지니고, 정착한 투르크멘의 옛 부족장들을 찾아 도시에서 마주하는 해프닝이다. 자본적 질서가 정착된 도시문명인들에게 낡은 구태의 것, 한낱 유목민의 검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신성한 검을 바치고 부족의 정착용 땅을 떼어달라는 거래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 것을.
그가 깨닫는 것은 “모든 게 변하고, 사라진 빈자리를 새롭디새로운 것들, 우리가 이해 못하는, 알 수 없는 폭력이 메우고 있다고...”하는 푸념이상일 수 가 없다는 것임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여기에 더해 문명화되었다고, 먼저 정착하여 부를 가졌다고 으스대는 근대인들에게 작가가 던지는 혹독한 반면교사는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발붙일 땅이 없어 서성이는 유목민들을 향해 공권력이 뱉는 말이다. “너희들은 자유를 존중하며 자율적이며, 민주적인 나라의 국민이다. 어디를 가든 정착을 하거라. ~ 너희들은 자유 국민이다. 그러나.. 이 땅(주인 없는 빈 땅)에서는 안 된다.~ 터키는 아주 큰 나라야.”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우리의 권력자들도 이러한 웃기는 논리를 자주 사용하니 친근한 말이지만 그 허위와 이기심, 사악함에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처럼 낭패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소설은 이 처럼 “살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어. 땅이고 하늘이고, 벌레 잡아먹는 새며, 내리는 빗물, 바람, 삼라만상, 심지어 벌레들까지 죄다 적군 취급하니, 우리를 구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소수자이자 파편화되기 이전의 전통과 악은 없으며 다만 선의 정도의 차이만 있다고 믿는 인간의 얼굴을 말하고 있다. 
또한 “더 이상 사람처럼 살 수 없어요. 정말로 힘들어요. 우리의 마지막 희망 하이다르 우스타시여. 이런 폭력, 이젠 그만 좀 겪게 해주세요.”라는 비록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외치는‘비정상적 열망’이지만, 그리고 끝내는 그렇게 소멸해 가지만 우린 다시금 이들 유목민의 자연과의 교감, 친화력, 자유의 본성, 개인의 욕망을 달성키 위한 의례적 축제로 타락한 축제의 신성성의 복원, 지속 가능한 삶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탐욕, 배타성, 폭력, 절망과 죽음이란 음울한 볼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인간의 역사를 보지만, 세상은 곧 새로운 생명들의 탄생이라는 희망을 만들어내지 않는가. 울분과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 참혹함과 가슴속에 겹겹으로 쌓인 아픔과 초라함, 서러움,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 운명처럼 다가오지만 ‘유목민의 마지막 빛나는 아름다운 불빛’처럼 숭고한 감동까지 모른 채 할 수 없는 작품이다. 아마 작가는 새로운 유목민의 시대를 이미 예견 한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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