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환경, 그리고 한 국가의 수준을 가늠하는 국민의 역량과 낮은 자리에서 국가 부흥에 헌신하는 리더가 만들어 낸 유럽의 작지만 국민소득이 높은 8개국에 대한 역사문화 기행문이라 하는 것이 이 책의 정체성이라 하는 것이 틀린 판단은 아닐 것 같다.

따라서 이 기행문에서 경제발전의 추동력이라 할 수 있는 정책의 수립과 이행단계, 또는 분석을 통한 비결의 도출, 이들의 심층적인 연구내용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저 가볍게 파노라마식으로 여행자가 알아두면 좋을 해당국들의 근현대의 역사와 관련인물, 문화와 경제구조, 도시의 유래와 특성정도를 파악하는 터치로서 접근하면 실망치 않을 정도이다.

이 책을 대하는 독자 중에 초미니 국가, 모나코와 안도라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며, 더구나 이 책에 기술된 내용 이상의 지식을 지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레니어 3세와 선박왕으로 알려져 있던 오나시스와의 카지노와 도시개발에서의 협력과 갈등의 일화까지 알고 있으며, 그리고 스페인과 프랑스의 공동 지배를 받고 있는 스키의 도시 안도라를 아는 독자라면 제1장은 건너뛰는 것이 시간의 효율을 살리는 길이다.

지형적 환경의 영향이 주효한 인구 3만 명, 8만 명의 휴양도시에서 한국경제의 모델을 찾는다는 것은 넌센스 중에서도 한참을 나간 것이다. 경제력 원천의 본질을 통찰하는 기업경영, 국가정책, 경제기획관련 실무자, 전문가들이 이 두 도시에서 영감을 찾는다면, 면세와 향락소비산업의 집중화 조치이다. 우리는 무엇을 이식할 수 있을까?

2장에서는 베네룩스 3국을 소개하고 있다. 이 역시 이미 상식화 되어있거나 검토되고, 학습된 초보적 내용을 넘어서는 정보를 발견해내기 쉽지 않음을 이내 알아차리게 된다. 다언어를 사용한다는 것, 60㎝짜리 오줌 싸는 소년의 동상을 보고 “문화산업의 화두와 핵심을 놀랍도록 잘 꿰고 있다.”라고 귀결을 말하는 너무도 뻔한 이야기에 오히려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을 소개하는 3장은 마지막까지 기대를 놓지 않았던 독자들을 한없이 한숨을 내쉬게 만든다.‘달가스’의 국토개조운동, ‘오르후스 사이언파크’와 같이, 또는 레고와 이케아 등 무수히 고찰된 기업처럼 흔히 알려진 내용을 밑돌거나 본질을 탐구하고 있지 못하다. 더구나, “일등 노르웨이 경제 뒤에는 일등 관료와 일등 정부가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 있다고 마치 새로운 발견이나 한 듯이 원론적 이야기로 결론을 내린다.

일등 관료, 일등정부는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어떻게 정파적 이익을 떠난 정당 제도를 확립할 수 있겠는가? 다언어를 사용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은 어떻게 조성되어 있는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도입 실천하기 위한 지정학적, 문화적 환경과 어떻게 유사하고 차이가 있는 것인가? 어떤 재산가가 자신의 사재를 털어 전통문화를 고수하면 경제부흥이 되는 것인가? 기행문답게 여행하며 눈에 보이는 표피적인 사실만을 나열한 이 책에는‘How'에 대한 이야기가 어디에도 없다. 누구나 대상 여행지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숙지하는 정보의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연구, 분석, 고찰되지 않은, 그나마 담고 있는 정보도 그야말로 취약하기 짝이 없는 책이다. 그저 약한 자는 약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자라는 스웨덴 속담 한 구절처럼 원론적이고 현상적인 사실을 비경제적으로 읽었다는 낭패감으로 마무리하는 수밖에 없다.

작지만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의 강인한 정신력, 청렴한 정부, 양다리 외교, 미래를 위한 철저한 대비를 하면 된다? 고 한다. 이 무슨 말인지....

유럽강소국, 스웨덴, 안도라, 모나코, 벨기에, 덴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