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히야마로부터 중학생 3인조로 구성된 아린아이들이 아내 쇼코를 무참히 살해하여 빼앗아 버렸다. 그러나 사회는 살인자들을 처벌하지 않는다. 단지 법률에 명시된 나이이하의 어린아이들이라고.

작품은 이로부터 사회시스템에 대한 윤리적 결점, 법의 제도적 흠결, 교정체계의 한계, 피해자의 인권과 소년 가해자의 경중에 대한 진중한 의문을 제기한다.

소년법은 단지 14세 이하의 어린이라는 물리적 경계만을 가지고 아이들의 가소성, 즉 어린이는 세공용 점토와 같이 모양을 무너트려 새로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낭만적 오만으로 살인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게 한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가해자들의 신상은 물론 재판에 어떠한 형태로도 참여 할 수 없도록 차단되어 있다. “피해자와 그 가족의 통곡을 짓밟고서 성립”한 법제도의 일방성에 대해, 피해자의 가족이 갖게 되는 울분과 증오는 어떻게 희석될 수 있는 것일까?

이렇듯 소년범죄에 대한 사회제도의 도덕적 한계의 의문이란 사회소설로서의 구조는 이 작품의 한축을 구성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시스템에 대한 법률적, 도덕적 성찰을 이어나가는 한 축은 추리소설의 접근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자칫 진부한 사회문제의 제기라는 직설적 표현에 묻혀 소설로서의 작품성을 상실하는 것을 제어해준다.

가해소년들이 과연 이러한 사회시스템으로“피해자의 괴로움을 진실로 이해하고 뉘우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신을 지우지 못하는 히야마에게는 아내 쇼코에 대한 사랑과 원한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가해자들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어느날 커피점으로 찾아온 형사로부터 가해소년 중 한명이 커피점 인근의 공원에서 살해되었음을 알려오고 피의자로 의심을 받기 시작한다. 히야마는 죽은 소년으로부터 끝내 과오를 속죄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는지 영영 확인 할 수 없게 되었음을 인식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두 명의 소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두 소년들을 찾아나서는 히야마, 그리고 쇼코의 과거사를 회피하는 장모의 태도, 아내의 친구였던 딸 마나미의 보육원 선생 미유키, 커피점의 아유미, 모두에게서 왠지 모를 죽은 아내 쇼코의 비밀이 느껴진다. 한 소년을 찾아 나섰던 전철역사에서 철로에 떨어진 소년의 사고소식을 접한다. 그러나 그 소년은 아내를 살인했던 소년의 한 명임이 드러나고, 형사들은 점점 히야마를 복수를 위한 살인혐의로 수사망을 좁혀가기 시작한다.

소설은 책장은 넘길수록 제기되었던 소년 범죄에 대한 본질과 범죄자의 본성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고, 그 범죄의 잔인성, 교활함과 더불어 계획적 살인이었다는 점에 당황케 한다. 그리곤 과거 소년범죄 사건들의 뿌리와 뿌리, 그 연계성을 드러내 보여준다. 여기서 작가는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고 단지 교화시킬 수 있다는 맹신에 의존하는 현재의 소년범죄 교정시스템이 과연 올바르게 작동되고 있는 것인가? 에 대해 다시한번 회의의 시선을 보내는 듯하다.

“남의 불행을 엿보며 세상의 호기심을 채울 뿐인 기사로 하루벌이를 하는”작가‘누쿠미’를 통해 법학을 공부하는 대학의 학습방식이 “피해자나 피고인, 수형자의 처우 문제는 자세히 배우지만 피해자에 관해서는 제대로 배운 게 없었습니다.”라는 왜곡된 인권의식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갖다 댄다. 또한, “피해를 입거나 생명을 빼앗긴 피해자, 그 가족에 대한 속죄 교육과 그 과정을 피해자 분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시스템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라고 소년범죄자들에 대한 교정 교육체계의 윤리시스템의 본질적 흠결을 도출해 내기도 한다.

이 작품이 실타래처럼 엮여있는 사건의 연계성, 복선, 기막힌 반전 등 추리소설로서의 완벽한 구조로 소설적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세인들이 간과하고 있던 소년 범죄에 대한 불평등한 인권의식과 법률체계에 대한 관심의 제기와 같은 시사적 문제를 녹여낸 것은 과연 수작(秀作)이구나! 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럼에도 사건의 끝을 보여주는 종장에서의 반전은 범죄의 배후에 있는 어른의 모습을 드러내고, 그 역시 이러한 사회시스템이 낳은 기형아임을 거듭 반복함으로써 제기된 문제에 대해 작가적 의지를 공고하게 한다. 독자들을 매혹하기에 충분한 서사와 주제의식, 추리적 재미의 조화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