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고 견고하다. 그리고 스토리는 대단하다. 문학적 서사와 스릴과 서스펜스에서도, 어떠한 결여를 찾아낸다는 오만도 허용치 않는 걸작이다. 집요하고 탐욕스런 살인자, 작품 내내 떠도는 죽음의 망령을 떨쳐내기 힘들다. 마치 내 영혼을 앗아 갈 것만 같은 아이돌론(Eidolon)의 공포가 실체화되어 내 곁을 떠나지 않는 느낌이다.

덴버의 신문기자 ‘잭 매커보이’, 그는 “죽음 담당이다.” 살인사건 전담 기자인 잭의 쌍둥이 형인 덴버 경찰국 형사 ‘션’의 의문의 자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기에 음침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대명사인 ’애드가 앨런포‘의 시구는 사건의 연계와 작품의 환경을 한껏 어둡게 조성한다. 그리고 도착적이고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병치(倂置)되어 이야기 구조 속을 마지막까지 유영(遊泳)케 한다.

사건의 스케일이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FBI의 등장으로 추리는 보다 조직화되고 방만해진다. 쫒는자들과 살인자의 심리와 행동이 모두 설명되지만 책장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진정 찾으려는 살인자와 살인의 이유를 확신치 못하게 한다. 이 작품의 묘미와 매력이 여기에 있다.

무언가 휑하고, 비어버린 어둠, 고통과 죽음, 육신은 이미 사라지고 흔적만 남은 허상을 들여다보는, 이 세상의 글이 아닌 것 같은 살인자의 문장은 죽음의 공포와 살인자에 대한 외경으로 전율케 한다.

FBI의 수사네트워크, 지역경찰과 관계, 사건을 지휘하는‘베커스’요원의 리더십, 수석요원‘레이철 월링’과 그 밖의 요원들의 활동에 대한 서술은 범죄 수사물로서 작품의 재미를 배가하는데 한 몫 한다. 또한 잭 머커보이의 취재원, 기사의 작성과 게재의 협상, 특종에 대한 속물적 일화 등은‘죽음’까지 파는 오늘의 세태를 여과없이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재미는 작품 속 신문기사의 제목처럼 “운율도 이유도 없는 시인의 살인”이란 선정적이고 그럴듯한 시적 표현이 곁들여지듯이 종교적인 신비로움과 메타포로 더욱 강화된다.

“나의 고통이 나의 열정, 나의 종교이다. 고통은 결코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고통은 나를 인도한다.  이제 그걸 알겠다. ~ 우리는 고통을 연구하며, 그 가혹함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사랑한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는 악당이다. 아이돌론이다. 진정한 실체는 고통이다. 나의 고통.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어떠한 선혈(鮮血)도 비치지 않고, 서슬퍼런 살인도구와 겁박이 없음에도 육신과 영혼이 분리될 것만 같은 두려움을 이 글은 품고 있다.

이렇듯 이 작품은 죽음이 실체가 되어 내내 떠나지 않고, 그 어느 작품보다 “죽음이 가까웠던 적이 없었다.”고 느낄 정도이다. 있어야 할 것이 없는 눈, “그 눈 뒤에 있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이 살인자의 눈을 통해 작가는 죽음이란 가혹한 부조리를 우리에게 각인시키려 한 것일까? 이러한 걸작은 읽고 난 뒤에도 손아귀에서 떠나보내기 싫어진다....

시인, 마이클코넬리, 죽음, 스릴러, 애드가앨런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