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 사진이 곁들여진 우아한 도시문화사(文化史)라 할 정도로 이 여행 에세이는 품격과 지성이 흐른다. 저마다의 색채를 자랑하는 멋진 도시와 휴양지, 장엄하고 신비로운 자연, 독특하고 흥미로운 장소들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여행자의 감수성 짙은 감상이 기품을 잃지 않은 언어로 영화같이, 때론 고독하게 흐른다.

“세계의 유행을 선도한 뉴욕에서 사랑에 빠지다”로 시작되는 이 여행 에세이에서는 처음부터 화려한 도시전경과 색감이 관능적 매혹으로 혼을 쏙 빼놓는다. 소개되는 매 도시마다 품고 있는 개성 넘치는 매력이 감성적 설명과 원숙하고 절제된 사진과 어울려 인상적으로 기술되어 있고, 언제라도 가보고 싶은 유혹의 충동을 억제키 어렵게 한다.

걸어서 다니기에 무리가 없다는 ‘언덕의 도시’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의 향수어린 화보, 옛 전통과 고고한 지성이 자유로우며 고도로 절제된 도시 보스턴, 스페인어 ‘꽃이 피는 나라’란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자연과 편의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휴양지로서의 설명에서는 '낙원(Paradise)'을 꿈꾸게 된다. 뮤직시티(Music City), 미국 최대의 음반제작도시인 내슈빌, “밤늦게 시작하는 라이브 음악 연주의 염세적이고 거친, 개인적 ‘그런지(Grunge)’음악”이 마치 책 읽는 사람의 곁에서 흐르는 듯 한 잠 못 이루는 시애틀에서 문득 끈적한 외로움으로 사랑이 그리워진다.

세계적 미술 걸작품이 즐비한 미술관, 웅장한 규모의 박물관, 역사의 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 미 미국답지 않은 황토색 도시, 샌타페이와, 스산한 매력이 휘도는 솔트레이크시티의 정결함, 남부 흑인의 애수 짙은 Jazz의 선율이 흐르는 뉴올리언즈에서 여행자가 된 듯 왠지 모를 이방인의 고독한 표정이 된 나를 발견한다.

광대한 그랜드캐니언의 붉은 협곡과 “지옥이 부글부글 끓어오는 곳”이란 옐로스톤의 간헐천에서 무진장한 미국의 천연관광자원에 대한 부러움이 극이 달한다. 작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의 하나로 꼽고 싶다는 "그랜드티톤 산맥을 끼고서 거울 같은 호수와 짙은 삼림을 지나는“드라이빙 코스는 회화의 한 폭을 보는 듯하기까지 하다. 나도 이 길을 달려 볼 기회가 있을까...

이 천혜의 축복받은 땅, 미국의 어디에도 대륙의 오랜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의 애환과 눈물, 비극이 서려있지 않은 땅이 없다. 자신들의 주거지로부터 강제 이주 당하던 ‘체로키 인디언’의 고난이 어린 곳, 동부 애팔라치아 산맥 자락의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의 단정한 산세와 청록색 사진은 자연을 향한 그리움으로 치닫게 한다.

또한, “눈부신 화이트와 빨려들 것만 같은 블루”라 한 작가의 감상과 같이 ‘화이트샌드’의 백색과 푸른 하늘의 조화는 신비의 절정을 이룬다.

외국인으로서는 쉬이 알지 못할 공동체 생활을 하며,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과 동화된 생활을 하는 ‘아미쉬’마을, 인디언 고유의 독립된 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타오스 푸에블로’, 낯설지만 도도한 그네들의 자존심이 흥미롭게 전달된다.

가족과 여행하기 좋은 곳, 문화와 예술의 무대들, 오늘의 미국이 있고, 다양한 테마와 독특함이 어우러진 다채롭고 지적인 이 여행에세이는 깔끔한 멋과 아름다움이 넘실댄다. 인간 능력의 전시장, “부조리한 인간사와는 달리 순수하고 아름답기만 한” 이 미국의 도시와 자연이 우리의 감성을 마구 자극해댄다. 정말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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