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소설의 서평으로 작성하기에는 작가 나름의 이데올로기 정체성을 정립코자 하는 바람, 기대욕구가 지나치다 보니 이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작품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소설 전체에서 비아냥대는 좌파에 대한 통속적 식견을 기반으로 병든 이데올로기의 선전에 할애하고 있어 작가가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을 향한 이 거칠고 조악한 우스개에 안타까움을 떨치기 어렵게 한다.
소설을 쉬는 동안 출간된『독서일기』에서 표출된 작자의 좌익의 정신과 충돌하는 보수적 열망을 목격한바 있어, 우익청년 성장기라는 웃지 못 할 코미디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음은 어떤 의미에선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우선 보수(conservatism)와 급진(radicalism),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와 진보라 하긴 하지만, 이에 대한 사적성찰까지는 나아가지 않겠다. 아주 단순화해서 표현하자면 ‘현상유지’와 ‘현실변화’라는 사회에 대한 상황분석의 출발이 다른 시각을 의미한다. 한편 좌파와 우파란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의 유무라고 간략하게 구분할 수 있다.

이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이들이 결합한 자유민주주의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목격할 수 있는 구분이라 할 수도 있다. 즉, 부르주아(상공인세력)계층 중심으로 이루어진 자유주의체제로 인한 노동자들의 소외와 이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불균형의 문제로 인하여, 사회의 대다수인 노동자의 참정권 부여를 비롯한 기본권의 쟁취를 위한 오랜 피의 투쟁 끝에 확보한 것이 민주주의이다. 따라서 소설 속에서 작자의 목소리를 대신하여‘은’이라는 청년과 그의 삼촌인 보수논객, 자유의 나무라는 보수청년학생 집단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의 모든 가치들을 부정하면서, 대한민국을 좌파 일색으로 물들이는(이하 생략)”하는 소리는 파렴치하거나 아니면, 무지해서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를 뒤흔들고 이를 마땅치 않게 바라보는 집단은 바로 우익집단이고, 보수집단이 그러하다는 것은 작금의 현실에서 주지하는 것이다. 최근 보수논객이라는 조우석이라는 자는 쿠데타로 장기집권을 하다 비명에 간 전직 대통령을 찬양하는 한 던적스런 책에서, “민주주의란 값비싼 하이패션과도 같아서 매일 입고 다니기에는 실용적이지 않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준수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헌법적 질서를 무시하기도 하는 것과 같다.

즉, 민주주의를 하려니 소설에서의 은의 표현처럼 “불평등하다고 칭얼거리는 지진아, 계집애들 같은 좌파, 평등을 부르짖는 문명의 낙오자”에서와 같이, 우익보수자들이 좌파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체제와 사회제도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의 심화와 사회적 약자, 공공복리를 통한 배분의 합리화 등의 요구가 사회지배계층, 기득권계층, 권력자에게는 귀찮은 것이니 벗어던지고 싶다는 의미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는 자신들의 권력과 부의 공고화를 위해서는 훼손되는 것이 정의에 반하지 않는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러한 의지는 소설 속“배의 바닥짐”이니 하는, 어떠한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포장되더라도 인간의 기본권인 생명권, 신체권, 자유권, 인격권, 재산권에 대한 침해로서 인간의 실존 조건에 대한 근원적 부정이 된다. 사실 이러한 케케묵은 이념에 대한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도발을 하는 작자의 새삼스럽고 진부한 취향에 시시콜콜한 설명을 하는 것이 내키는 일은 아니건만, 답답한 마음에 길어지고 말았다.
또한 일상에서‘좌빨’이니,‘빨갱이’니 하는, 우파들이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논리가 궁색해 지거나 신념에 반한다고 생각할 때‘반대편을 통칭’하는 의미로 이승만 시절부터 시작해 오랜 군부독재시절을 지내면서 곡해, 사용되어온 좌파라는 근본도 없는 손쉬운 낙인의 악습을 그대로 무비판적으로 반복하는 것 역시 오늘의 현실에서는 너무도 구차하게 보인다.

더구나 “유일한 진리는 정의로 포장된 강자의 이익”이라면서, 우파는“권력과 물질을 차지”하자는 시대착오적인 망상은 소설의 수준을 한 없이 격하시킨다. 오늘의 시대는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를 구별하고, 이를 분리하여 갈등을 부추기거나, 봉합하려는 데 에너지를 소비할 그런 환원적이고 퇴행적인 시기가 아니다. 더 이상 낡은 좌,우식 이데올로기나 성장과 발전과 같은 가치관으로서는 새로운 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세계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국면에 있다. 우익청년을 길러내겠다는 작자의 낡고 어리석은 생각은 보다 성숙되고, 보다 넓은 시간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 
인류사회, 아니 한국사회라는 존재역시 감히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영겁에 맞서려는 우를 범하면 안 될 것이다. “영겁과도 맞바꿀 수 없는 그 이틀을 우리는 원체험이나 각성의 순간”이란 너무 조급한 찰나에 맡기거나, 오만해져서는 안 된다.

보다 깊이 있는 역사적 이해와 사상적 성찰을 통해 진정 한국사회의 통합적 에너지의 발현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좌우의 정체성이 아닌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그것을 위해 이틀이 아니라 평생을 사유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좌파의 정신이 세상을 뒤덮게 놓아두고 권력과 물질을 장악하여, 더 이상 좌우의 논의가 없어질 때, 우익보수를 하자는 허황된 이 유아적 시니리오는 시대를 너무도 거스른다. 작자가 설혹 작품 이면의 역설적 의도를 읽어주기를 바랄지언정 너무 끝까지 내달은 경박함으로 야기된 책임은 오직 작자의 몫이라고 하고 싶다.

끝으로 작자는 젊은이들에게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양이란 게 꼭 필요하며, 교양이 모자란 것은 진짜 나쁜 일이라고 믿게 된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여기서, 독일의 과학철학자인 ‘에른스트 피셔’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사람이 교양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치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교양 있는 놈이 사람이냐 아니냐이다. 어떤 교양이 인간성을 동반할까? 어떤 교양이 도덕을 담보할까?” 이 땅의 청년들에게 유의미한 질문이 되기를 바란다.

구월의이틀, 좌파, 우익, 보수, 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