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 살아가는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신묘막측함을 한 두 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여기에 간단명료하게 분석해서 정리한 주장이 있다. 그것은 성향에 따라서 머리 중심적인 사람, 가슴 중심적인 사람, 손 중심적인 사람으로 존재한다고 하는 이야기다. 물론 세상에 어떤 사람도 머리만 있는 사람은 없고 가슴만 있는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머리와 가슴, 손 중에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경향과 함께 어느 정도는 머리와 가슴과 손의 복합적인 작용 가운데서 살아가는 게 인생이다. 여기에서 머리, 가슴, 손이라고 표제를 붙인 것은 지성과 열정, 행동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표현들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성향에 따라서 특별히 지성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같은 열정으로 가슴이 발달한 사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성향의 사람이든지 다른 속성도 어느 정도는 소유하고 있다. 결론은 어떤 특성이든지 이것들은 조화를 이루고 균형적으로 자리 잡혀야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것은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 주장이다.

수년 전에 우연히 나의 특성이 어떤가를 측정한 적이 있다. 감정보다는 지나치게 이성이 발달했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런 측정법이 얼마나 인정받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제법 잘 맞춘 측정이었다고 생각됐고 결과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나의 성향이 나 자신을 굉장히 메마르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긍휼함이 없고 항상 원칙에 의해서 사람을 판단하고 재단하려고만 했다. 이제 생각하건데 그것은 나의 독특한 성향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었던 것 같다. 그런 편향된 성향은 여러 모로 나를 비정상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이번에 읽은『머리 가슴 손』은 그런 나를 좀 더 구체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훌륭한 강연과 같은 책이다.

책을 쓴 <데니스 홀링거>는 스스로의 배경을 머리 쪽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자신의 균형 잡히지 않은 모습을 발견하면서 발달하지 못한 부분을 계발해야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윤리를 공부하고 그것으로 기독교적 실천을 강화하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가 걸어온 과정에서 생각하면 이 책에서 그가 말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정리해서 과거의 자기 같은 사람들을 돕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은 머리, 가슴, 손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예시로 시작한다. 제프와 크리스티나, 제니퍼가 그들이다. 그들은 각각 지성과 감정, 행동 중에서 한쪽 측면이 특출나게 발달한 사람들인데 그들의 특성은 그들의 신앙 방식에도 그대로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세 사람의 예가 어떤 면에서는 극단적일 수 있지만 저자의 논리를 이해하는 데는 선명한 그림을 보여준다. 나에게는 오랫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이상한 신앙인들의 행동 원인을 찾게 해줄 만큼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사회의 흉이 되고 있는 교회들의 모습도 여기서 발견한다. 그러고 보니 사람이 머리, 가슴, 손으로 존재 양식을 결정한다고 하는 게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공동체적으로도 적용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책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지성을 발달시킨 머리 지향성이 가지는 특성을 한 장(章) 빼곡하게 진술하고, 뒤따라 나오는 장(章)에서 그것의 왜곡을 나열해 놓았다. 가슴과 손 부분도 마찬가지다. 홀링거가 논리를 전개하면서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하나다. 그것은 이 세 가지가 따로따로 분리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알려져 있듯이 생각이 행동을 낳는 것이 분명하지만 행동 또한 신념에 영향을 주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것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그렇게 조화를 이루어낸 사람만이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대로 온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보면 그런 균형보다는 불균형이 훨씬 많았다. 저자의 노트에 의하면 개인들은 물론이고 한 시대를 지배하던 사상 혹은 신학적인 분위기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예를 들면 머리형으로는 중세 스콜라주의가 대표적이지만 개신교 안에서도 스콜라주의가 만연했던 때가 있었다. 루터와 깔뱅의 후예들이 그랬고, 19C 프린스턴 신학이 끊임없이 지성을 강조하고 추구했다. 이런 사실들은 그동안 별로 생각해 보지 않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새로운 정보였다. 뿐만 아니라 모더니즘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나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의 근본주의도 동일하게 지성으로 치우쳤다. 한편 가슴형으로는 중세의 신비주의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17-18C의 경건주의를 비롯해서 20C 초반의 오순절 운동이 그 뒤를 따른다. 반면에 교회에서 행동 영역은 항상 두 가지가 가치 있는 일로 여겨졌다. 하나는 복음의 선포고 다른 하나는 복음의 실천이다. 문제가 있다면 어떤 부류는 복음전도만이 최고의 가치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회복음운동으로 치달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중 어느 그룹이든지 그들 모두가 성경을 자기 신념의 근거로 사용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한때 한 시대를 대표하고 교회에 유익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식의 파편화가 교회와 사회에 가져다주는 폐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하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세 장(章)은 머리와 가슴과 손의 통합을 위한 제안으로 되어 있다. 가장 처음은 성경이 이 셋의 통합을 어떻게 보는지를 말하고 두 번째는 다른 여타의 학문 영역에서 이 통합이 어떻게 강조되었는지를 고찰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이것을 기독교 신앙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제안하고 있다.

최근 2-3세기 동안 세상은 상당히 다양한 모습으로 분리되었고 특히 교회는 더욱 그랬다. 각 영역의 전문화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사고와 느낌과 행동이 분리되었고 그것이 교회 내의 전문화로 영향을 준 것이다. 그 결과 교회는 신학과 영성을 분리시키고 행동과 사고를 분리시켰다. 뿐만 아니라 전도와 사회정의도 여전히 분리된 채로 있고 하나님과 신자들의 일상생활도 별도인 것으로 갈라졌다. 어쩌면 이런 분리가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야 한다는 그리스도의 명령에 교회를 주춤거리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통합을 통해서만 온전한 사람, 온전한 성도, 온전한 교회를 이룰 수 있다고 하는 저자의 가르침이 현존하는 교회의 답답함을 해결하는 지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글쓴이는 이 책을 누구나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하지만 책의 내용으로 보면 이 책이 그야말로 아무나 읽고 소화할 수 있는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교회 지도자들은 한 번씩 필독해야 하는 책임에 틀림없다. 우리 시대의 교회와 신앙의 온전함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