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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소설은 대부분 좋아한다고 여겨왔던 내 독서패턴에도 예외가 있나보다. 좀처럼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한 영미소설은 익숙해지질 않는다. 추리소설은 좀 나을까 했더니 역시 마찬가지다. 그 당시의 어두운 분위기는 좀처럼 소설 속 내용에 빠져들지 못하게한다.
때문에, 꽤 재미있어서 영화와 TV시리즈로 만들어졌다는 이 소설 역시 읽는데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소설은 한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겨울 밤 발가벗겨진 채로 웅크리고 죽어있는 한 소녀의 시체. 그 사건의 범인을 찾는 머독형사에 의해 사회적 지위가 있는 기득권층의 추악한 모습들이 밝혀진다. 사람들의 존경과 덕망을 받는 사람들이 뒤에서는 이런저런 일들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문제는 그것이 중심 내용이 되다보니 도대체 왜 소녀가 죽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물론 간접적으로 이런저런 이유가 겹치기는 하지만 여타 추리소설에 비하면 범행동기가 아쉽기 그지없다).
시리즈로 만들어질 정도니 머독 형사라는 캐릭터에 작가가 애정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할 텐데, 아직 한 권 밖에 머독 미스터리 시리즈를 읽지 못한 나에게는 그저 과거가 기구한-그의 불우한 어린시절과 병을 앓은 여동생의 이야기가 간간히 보여진다- 형사라는 이미지밖에 얻지 못했다.

이 책 한 권만을 두고 보자면 아쉬운 소설이다. 머독 미스터리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머독 형사의 캐릭터가 확실히 자리잡는다면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