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마치 하얀눈처럼 푹신푹신한 표지가 이채로운 것 같습니다. 손바닥처럼 아담해서 더욱더 정감이 가는 책이기에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아름다운 문장과 마치 일기를 쓰듯 제목도 이채롭습니다.

조금은 난해한 문체가 수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려워서 꼼꼼히 짚어가면서 읽어야만 하는 부분도 있기에 작가의 수준높은 어휘력에 감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봄날천변’에서 ‘근원을 팽개치고 떠도는 철새가 유목민이라면 제 키의 다섯배가 넘는 깊이까지 뿌리를 내리고 살아내는 풀은 토착민이다. 종잡을 수 없는 거리를 날아 먹이를......, 불시착한 자리에 꿈글 파묻고 살아 있음의 의무를 완성해내는 풀꽃 사이에서.....’라고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새와 들풀을 이처럼 아름답게 표현이 되어 글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련히 가슴속에 있었던 동화같은 감성을 품어주는 글입니다.

또한 수필이 그러하듯이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일상 생활속에서 우러난 글이기에 ‘스러짐에 대한 저항, 존재의 마지막 안간힘 같은 것, 더 이상 만져 질수 없는 시간에 대한 탄원.....’을 냄새에 관한 이야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해볼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재미나는 글입니다.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절정에 달하는 글이 있습니다. ‘ 밭둑에 머리를 처박은 파들이 일사분란하게 물구나무를 선다. 철심하나 박지 않는 몸뚱이, 시퍼런 창끝이 허공을 조준한다.’ 너무 멋진게 파를 묘사하고 있어서 글만 읽어도 파에 대한 상상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듯합니다.

또다른 파에 대한 묘사에서는 ‘허연 실뿌리 몇 가닥 찔러 넣고 수직으로 용솟음치는 저 싱싱한 발기력...’ ㅎㅎㅎ

‘생명의 호흡을 관장하고 향기를 감지하는 코는 육신과 정신에 다 관여하지만 귀는 영혼에만 감응한다.’ 너무도 어려운 말이고 뜻모를 선문답과 같은 이야기지만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