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법이라는 규율을 정해놓고, 그 규율에 어긋나지 않게 살려고 합니다. 법을 위반할 경우 처벌을 줌으로써 법의 중요성과 더불어 법이란 힘을 보여주기도 하죠. 그 처벌이 두려워 법을 지키는 것은 아닐 겁니다. 법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말들이 있죠. “악법도 법이다.”라거나 “법보다 주먹이 앞선다.”라거나⋯. 법엔 양면성도 존재하고, 법을 굳이 지키려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흔히 착한사람들을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 말하지만 한자로 풀어보면 “무법자(無法者)”란 사실! 법이란 이렇게 오묘한 느낌을 줍니다. 이 <합법도시>란 만화는 법의 지배를 벗어나 독자적인 규율 속에서 생활하는 한 마을과 그 마을의 비리를 파헤치려는 한 형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법의 지배를 거부하고 자기들만의 법을 만든 이 <합법도시> 1권에 대한 감상을 시작합니다.

 

이 만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반류 시’. ‘반류 겐이치로’의 이름에서 따온 도시명입니다. 원래는 시골 촌구석에서 죽어가던 마을이었지만, 반류가 막대한 양의 유전을 발견하게 되고 반류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거대도시로 성장하게 됩니다. 반류의 영향력이 큰 만큼 이 도시에선 반류가 절대적인 존재로 자리 잡게 되면서 반류의 지배하에 놓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반류시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반류석유에선 기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각 종 혜택이 주어지며, ‘반류석유’의 직원이라도 되어서 점 점 승진하면 부와 명예 등 갖고 싶은 것은 다 가질 수 있는 그런 사회. 어찌 보면 행복한 이 도시는 사실 위법천지의 도시라는 점이 문제가 됩니다. ‘반류석유’의 사원증 하나만 있으면 무슨 짓을 하던지, 사람을 죽이던 간에 모두 가능한 일이 되어버리는 그런 도시. 이런 도시를 만든 반류와 그런 반류의 지배 속에서 혜택을 누리는 모든 사람들 역시 공범들이죠. 이런 비리의 온상인 반류를 체포하기 위해 한 형사가 반류석유의 직원으로 잠입한 것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소재를 다루는 <합법도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내용이나 그림체는 아니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만 읽다보니 꽤 몰입이 되더군요. 온 마을의 공범자인 이 마을에 형사 한 명 들어와서 마을을 바꿔 놓을 수 있으리라는 건 사실 기대하긴 힘들다고 봅니다. 이런 드라마적 만화는 주인공과 더불어 그 주인공을 도와주는 인물들이 필요한데, 1권 여기저기에서 주인공에게 힘을 줄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조연에 지나지 않지만, 내용이 전개 될수록 어떤 역할을 해줄지가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일종의 영웅 만들기의 양상도 띄는 것 같습니다. 이 형사가 비리로 가득한 마을을 어떤 식으로 고쳐놓는지와 정체를 탄로 날 수 있는 위기의 순간과 생명의 위협 등 갖은 고생길이 눈앞에 그려져 있는 상황에서의 형사로서의 책임감,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등 말 그대로 피눈물 나는 드라마나 영화를 한 편 보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