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기 땅의 토지신 ‘나기’. 신목에 깃들어 칸나기를 지키던 수호신이었건만 배은망덕한 인간들은 그 신목을 잘라버리는 무지에 의한 무례를 범하고 맙니다. 그 잘라낸 신목을 가지고 미술대회에 출품한 나무정령조각상을 만든 우리의 남 주인공 ‘미쿠리야 진’. 하지만, 미술대회에 출품하려던 계획은 한순간에 나무 쪼개지듯이 깨지고 마는데⋯. 나무정령조각상에 깃들어 인간 세상에 모습을 내비친 토지신 ‘나기’와 어딘가 맹해보이는 신을 모시고 살 운명을 타고난 진의 우여곡절 넘치고 좌충우돌하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한 <칸나기>1권에 대한 감상을 시작합니다.

 

우선 <칸나기>는 상당히 유쾌한 분위기의 만화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만화입니다. 어디에 누구들처럼 신앙을 강조하는 그런 만화도 아니거니와 대부분 코미디적 설정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단순 유희의 목적으로 만화를 읽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만화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이 만화가 명작이라고 꼽을 수는 없을 것 같기에, 저처럼 만화책을 사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구입하진 않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물론, 저도 이 만화책은 선물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런 말 할 자격은 없는 처지긴 하지만요⋯. -_-;;

 

유쾌한 코믹만화답게 상황이라거나 캐릭터들이 대부분 웃음에 초점을 맞춘 기색이 역력합니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고, 유치하고, 하는 것 제대로 없는 엉성한 신인 나기의 모습을 통해, 신을 희화화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는데요. 신을 희화화하는 건 일본의 만화 소재 상에선 자주 등장하는 단골소재인 것 같습니다. 신도 많고 탈도 많은 일본 이라나 뭐라나~?! 신이 등장하는 만화 중 요즘 대박을 치고 있는 건 <세인트 영 멘>이 선봉이라고도 할 수 있죠. 무려 예수와 부처를 등장시키니까요. 그에 비해 나기는 신이라기엔 좀 많이 아기스럽네요.^^ 엉성한 신 나기와 진의 콤비개그가 집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학교에선 평범함을 거부하는 조연들의 역할도 이 만화의 코믹함에 한 몫을 거들고 있습니다. 거구지만 의외로 섬세한 소년이나, 오타쿠이길 거부(?)하지만, 오타쿠임이 자연스레 들어나는 녀석도 있고, 순수함을 지는 어린 양들을 지켜보며 희열을 느끼는 누님도 있어서 어디를 가든 지루한 느낌은 받기 힘든 만화입니다. 나기의 일상을 다루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방법도 좋겠지만, 조연들의 일상을 다루는 내용들이 더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캐릭터들과의 상관관계는 왠지 라이벌 구도를 많이 띄고 있습니다. 사랑의 라이벌, 미술활동의 라이벌, 신들의 라이벌 등 다양한 구도의 대결을 통해 웃음을 주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네요.

 

칸나기는 이미 애니메이션 팬들에겐 한물간 만화기도 합니다. 저야 애니메이션을 보질 않으니 이제야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꽤 오래전 만들어진 작품이더라구요. 그만큼 개그코드도 오래전이라 할 수 있는데, 저에겐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개그로만 밀어붙이는 그런 만화는 아닌 것 같고, 어딘가 메인스토리가 전개될 때가 오면 좀 무거운 내용으로 전개되는 전형적인 만화인 것 같지만, 생각 없이 즐기기엔 적당한 만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