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이 여기에 도래한다."

 

'이것은 어린시절 누구나 들은 적 있는, 무척 단순한 이야기.아름다운 공주와 공주를 납치하는 사악한 마왕.

그리고 마왕에게서 공주를 지키는, 정의의 기사가 등장하는 이야기'.

 

이런 옛날 이야기 속 위기에서도 한결같이 공주를 구하려는 정의의 기사를 동경하는 소녀 '히모토 소라'는

재능있는 학생들을 초대해 엘리트 영재교육을 시켜준다는 '사립 유토피아 학원'에 입학하게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와히지리'그룹에서 운영하는 이 학원은 화려한 겉모양과는 달리

내부의 모습은 학원이사장의 '남존여비'사상으로 인하여 남성의 절대적인 우위, 여성의 하등존재취급을 당하고 있어서,

남자들은 살 판 나고, 여자들은 죽을 맛인 그런 학원입니다.

요즘 남녀평등을 외치는 이런 사회분위기에 반하는 만화내용이 아닐 수 없네요.

 

'이화히지리' 이사장의 영향력 때문에, 외부로도 고발하지 못하는 이런 상황...

자칫 했다간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도 있다고 하니 겁먹어서 앞으로 나설 수도 없겠죠.

 

<실낙원>에서 문제가 될 부분은 '남존여비'사상 뿐만 아니라 '여성의 도구화'란 점도 있습니다.

유토피아 학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가상현실 게임 [엑서클랜]은 여학생은 각 자의 무기를 가지고 있고,

그 여학생은 '소유주'인 남학생에게 무기를 제공하여 대련을 펼치는 게임인데, 제공된 무기가 느끼는 고통이

여학생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터무니 없는 설정이 존재해 여학생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주기도 합니다.

 

이런, 설정들로만 본다면 이 만화를 누가 좋아할까 싶을 정도로 자극적이라고 보여집니다.

여성독자들은 여성이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기 싫을 것이고,

그렇다고 남성독자들은무슨 전국의 나쁜 놈들 다 모아놓은 듯한 이 학교 속 남학생들을 보고

'이 놈 멋지네~'하면서 좋아라~ 할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이 여자 예쁘네~'하면서 읽을 남성독자들은 많을 것 같네요.(...괜히 찔림..-_-;;)

 

그리고, 이 만화는 흔히 말하는 백합물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만화 속에선 [엑서클랜]이란 게임을 통해 판타지+액션을 멋지게 묘사하고 있어서 보는 재미는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액서클랜을 통해 승자는 패자의 여성의 소유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 백합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데,

원래 남자들만 게임을 실행시킬 수 있도록 되어있는 유토피아 학원이지만, 어째서인지 주인공 소라는 여자임에도

게임을 할 수 있고, 여학생으로부터 무기를 꺼낼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소라는 정의의 기사를 목표로 고통받고 있는 유토피아 학원의 모든 여성을 구하려는

너무나도 방대한 계획을 세우고 말죠. 모든 여학생들의 구원이라는 점이 이 만화의 메인구도이긴 하지만,

단순히 친구나 언니, 동생으로 남는 것이 아닌 주종의 관계가 되어버린 다는 것과 여학생들이 소라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마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보인다는 점에선 꺼려할 수 있는 백합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여러 자극적인 소재와 문제가 될 만한 장면들, 대사들이 많은 만화입니다만 1권에서의 전개로 보자면

꽤 흥미롭다는 것이 우선적인 감상입니다. 작화도 깔끔해서 좋은 편이구요.

이야기의 전개방향은 '소라의 여학생구출기'와 더불어 '남자들에게 맞서기'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과연, 소라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지와 더불어 착한남자는 등장하게 될 지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