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크게 남과 북이라는 대치 상황에서 특수 비밀부대 조장 원류환을 남파 간첩으로 보낸다는 설정이다. 분단된 남과 북. 남파. 이 얼마나 비극적인 상황인가.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원류환이 맡은 임무를 달동네 바보로 만듦으로써 내용에 웃음을 가미하고 있다. 철저히 바보 행세를 하여 동구는 바보임을 각인시키기 위해 바닥에서 x을 싸는 행동까지 서슴치 않는다. 초반부에서 원류환의 이중적인 모습은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다. 달동네 사람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이다. 개구쟁이 형제, 미혼모의 밤무대 재즈가수, 말싸움 잘하는 성질 고약한 슈퍼주인, 그의 순경 아들, 구두쇠 고영감. 마음 착한 누나 유란과 성질 고약한 고딩 동생 유진. 결코 순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지만 서로를 보듬을 줄 아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 속에서 원류환은 철저히 바보백수로 보이게 함으로써 자기의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의 삶에 결코 끼어들어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되는 상황속에서 원류환은 사건의 해결사로 뒤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유준을 괴롭히는 학교 친구들을 혼내고, 그의 누나 유란에게 흑심을 품은 과장을 망신주고, 술에 취한 재즈 가수 란을 업어 데려다 주고...이는 분명 바보 백수 동구가 한 일이 아니라 남파 간첩 원류환이 한 행동들이다. 2년간의 달동네에서의 삶이 들개로 키워진 그를 바꾸게 한 것은 아닌지...본인도 모르는 사이 그들의 삶에 조금씩 동화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이 소설에는 반전적 요소도 있어 극적인 재미도 더해주었다. 우편 배달부 간첩이였던 서상구가 김일성대학 교수였던 것은 놀라운 반전이었다. 주인공 류환까지 속을정도였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전혀 눈치도 채지 못한 부분이었다.

북이 일으킨 서해의 교전으로 인해 북에서는 남파된 간첩 전원 자결이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류환, 해랑, 해진은 불복종한다. 죽음에 앞서 북에 있는 어머니의 삶에 대한 보장을 확인받으려한 류환에게 그를 키워낸 지휘관 김태원 대좌가 나타나 모두를 죽이려 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교전 상황. 여기에 김대좌에게 아버지를 잃은 이중 스파이 서수혁의 요원까지 죽음의 결전에 뛰어들게 된다.

총과 칼이 오가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최완우라는 인물이 바로 그렇다. 북에서 리해랑의 부조장으로서 마음이 통했던 두사람.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여동생을 보살펴준 해랑에게 의리를 보여준 인물이었다.

'돌아가고 싶어, 그렇게 ... 살고 싶어!' 슈퍼 할매가 준 통장에 찍혀있는 항목-'우리 둘째 아들', '아들 장가 밑천'-을 보고 마지막에 울음과 함께 외친 말이었다. 들개처럼 살았던 긴 시간보다 2년의 짧은 남한에서의 달동네 사람들과의 생활은 그에게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것이다. 죽음을 앞둔 세 사람의 말없는 대화에서 그들이 얼마나 간절히 평범하고 자유로운 삶을 바랬던가를 알 수 있다. 다음 생에는 평범한 나라에서, 평범한 아이로 태어나 평범하게 살다 죽기를 간절히 바라는 류환.

분단 현실의 비극적인 상황속에서 들개로 키워졌던 세 사람에게 본인들 스스로도 몰랐던 그들 마음 속 저 편에 자리잡고 있던 따뜻한 휴머니즘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죽음의 순간 비로소 그들은 하나가 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류환, 해랑, 해진이 모두 살아나기를 바라면서 마지막 결전 장면을 읽을 것이다. 책은 누가 죽고 누가 살았음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다만, 가려진 액자 뒤 담벼락에 쓰여있는 글씨 '엄마, 아프지마요'만이 살짝 살아남은 자를 암시하고 있다. 이 구절은 오랫동안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원작 웹툰의 감동과 재미가 그대로 살아난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