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대한 여행서는 2001년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라는 책을 읽은 것이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역사서에서나 본 얄팍한 지식이 전부였던 그 때 인도라는 나라는 신비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인도 여행서를 읽게 되었다.

무작정 해외여행. 나는 20대는 그런 용기를 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20대 초반 인도 여행을 한 작가의 용기가 한없이 부러웠다. 작가가 책에서 쓴 구절이 있다.  -여행에 이유가 필요한가?-  나는 여행에 작든 크든 이유를 부여했다. 지인들과의 친목 여행, 가족의 기념일 여행..... 그런데 생각해보니 여행을 떠나는데 굳이 이유가 필요할까?  그래, 그냥 떠나면 되는 것이다.

 작가의 인도에 대한 첫느낌은 인도를 여행했던 많은 다른 사람들이 했던 말과 비슷했다. 시각과 후각에 놀라고, 내가 왜 이곳에 왔을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내 이것이 인도구나 생각하고 여행하다보면 어느덧 떠날 때쯤이면 익숙해져 떠나기가 아쉬워진다는것이다. 작가 역시 내 주변의 인도를 여행했던 사람들과 비슷한 생각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엉덩이를 만지는 소년, 차장 밖으로 쓰레기 던지는 사람. 거짓말 하는 아이, 사람을 치고도 그냥 지나가는 오토바이, 달리다가 수없이 버스를 멈춰서는 버스 기사, 돈을 요구하는 호텔 직원, 사진 모델값을 달하는 오무라이스 가게 아저씨, 화장실에서 자기 가방을 맡기는 인도 여성, 호기심에 물티슈를 얼른 받는 어린 소녀, 스킨십하는 변태 청년, 남들보다 비싼 값으로 물건을 팔았던 인도인...... 이런 인도인들 뒤에는 또 다른 인도인이 있다. 경건히 디아를 띄우는 아이, 쓰레기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쓰레기를 차장밖으로 버리는 사람. 거짓말이 얼굴에 금세 들어나는 수줍은 소녀, 똥 던지는 아이들을 나무라는 성자 할아버지, 결혼식에 서슴없이 초대하는 인도인, 버스를 놓친 사람을 배려해 그가 오기를 기다리며 버스를 자주 멈추는 버스 기사, 물티슈에 손을 내미는 손녀딸의 손을 제지시키는 할아버지, 서러움 섞인 말을 들어주고 따뜻하게 위로해준 청년.....  여행도 결국 사람과의 소통이다. 작가는 인도 여행을 통해 소통을 제대로 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인도에 가면 어깨를 짓누르는 것을 내려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없는 기다림 속에서 욕심을 버릴 수 있고, 내가 가진 조그만 것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되고, 생각이 한층 더 성숙해져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인도 카페 사장님의 말처럼 -  "세상은 바라보는 대로 보이는 거야, 느낄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거야" - 그래, 나도 언젠가 인도를 여행하게 된다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머릿속을 리셋한 후 인도를 여행해야지.

 

마지막 구절에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 무수히 많던 바람들이, 여기에선 없다. 욕심을 부려도 욕심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 p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