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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는 <파이 이야기>로 잘 알려진 얀 마텔이 자국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책과 함께 보낸 편지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작가가 수상에게 거의 사 년이란 적지 않은 기간동안 꾸준히 보낸 편지에는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어떤 문학 작품을 읽었는지를 알 권리가 내게는 있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스티븐 하퍼 수상처럼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상상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의 꿈이 자칫하면 나에게는 악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한 저자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도자나 정치가들은 문학보다는 인문교양서 내지는 자기계발서가 더 어울리지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짧은 생각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되었으며 문학 작품이 지닌 가능성과 문학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문학을 읽는 것이 지도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독서광이기도 한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연설문을 통해 전세게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가 휴가지에 들고 간 책들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할 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 분야와 독서 목록에 보내는 국민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우리에게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의 임원진들이 휴가 때 읽은 책들은 관심의 대상이지만 정작 우리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인 대통령이 평소에 어떤 책을 주로 읽으며 무엇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고 어떤 마음을 품기를 바라는가?'라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했었다.

얀 마텔의 짧은 편지에는 그가 신중하게 고른 책과 그 책을 읽고 적어도 뭔가를 얻은 것 같다는 기분이 들도록 다양한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루 스물네 시간 중요한 일로 바쁠 스티븐 하퍼 수상을 고려해 복잡하게 뒤얽힌 이야기 보다는 이백 쪽 이하의 가능한 평이하고 간결하게 쓰인 짧은 책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내국인은 물론이지만 외국인의 저서를 포함해 '이반 일리치의 죽음', '동물농장', '캉디드', '광인일기' 등 고전을 비롯해 스릴러, 풍자 소설, 동화책 등 특정 장르를 배제하지 않고 다양한 주제의 책을 보냈다. 따끈따근한 새 책이 편지와 동봉되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필적이나 밑줄 그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겨진 중고책이 격주로 수상에게 배달되기도 했다. 편지를 읽다보면 그가 소개한 책이 궁금해질 법도 하련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좌관의 예의상 답레의 편지를 제외하고는 수상에게서는 한 마디의 직접적인 답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얀 마텔 특유의 지적이며 위트가 넘치는 편지 한 통 한 통을 곱씹어 읽다보면 그가 말한 책을 메모하느라 분주하고 문학이란 무엇인지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한다. 그리고 스티븐 하퍼는 참으로 행복한 수상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캐나다 예술위원회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저자가 마주한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묵묵히 앉아 다음 의제에만 열중하던 남자, 자신이 캐나다 수상이라는 걸 단 한순간도 잊지 않는 듯 늘 바빠 보이던 그 남자에게 얀 마텔은 편지 쓰기를 결정했고 문화예술의 중요함과 고요한 사색의 필요성을 전하기위한 그 만의 방법이며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그 편지를 수상께서 읽어 볼 것이라는 전제하겠지만 말이다.

얀 마텔은 위대한 대통령의 반열에 올라서기를 바라며 박근혜 대통령께 소설이나 시집 혹은 희곡을 항상 침대 옆 작은 탁자에 놓아두는 걸 잊지 마시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고요한 성찰을 얻는 것이야말로 지도자로서, 정치인으로서 가장 필요한 능력인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얻기 위한 출발점임을 강조하며 그는 진정으로 무엇을 하기를 바라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냉철하게 판단하기 힘들기에 독서가 필요한 것이며. 픽션을 읽을 것을 권한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느껴보지 못했거나, 사회적 핍박을 받아보지 않았거나, 상대적 박탈감이나 힘든일을 겪어보지 않은 정치인일수록(아마도 대부분의정치인들이 그렇지 싶다.) 다양한 문학 작품을 읽고 그 안에서라도 다른 이의 삶에, 다른 이의 고통에 푹 빠져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문학이야말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길이라고 말이다. 지도자뿐 아니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문학 읽기는 중요하다. 책을 통헤 사색에 잠길 수 있고,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수백 번의 간접적인 경험과 다른 삶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를 볼수 있다. 또한 문학은 우리로 하여금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짧은 편지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날짜별로 읽어도 좋고 아무데나 펼쳐 읽고 싶은 곳을 먼져 있어도 무관하다. 한번에 술술 읽기에는 너무 아까워 조용한 밤마다 조금씩 꺼내 읽으며 마치 내게 보낸 친절한 키다리 아저씨의 편지인양 한 통 한 통을 그렇게 읽어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