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살아 오면서 요즘처럼 건축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 본 적도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듦에따라 자연이 그립고 자연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 지고 싶다. 그렇기에 자꾸만 전원생활을 꿈꿔보게 되는가보다.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건축 안에서 생활하지만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너무나 가깝기에 이를 눈여겨 보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획일화된 아파트를 벗어나 그동안 마음에만 담고 살았던 살아보고 싶은 집을 지어 볼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건축 관련 책들을 이것 저것 들여다 보며 마냥 기대에 부풀었던 처음과는 달리 건축에 관련해 알고 싶었던 부분들이나 궁금했던 것들을 명쾌하게 짚어 준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건축, 생활속에 스며들다>는 딱히 건축과 관련된 전문 지식이나 궁금한 점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찾고자 펼쳐든 책이 아니라 건축가인 저자의 긍을 읽어 보앗기에 그저 부담없이 글잘쓰는 건축가의 에세이로 읽게 되엇다. 하지만 조곤조곤 건축에 관한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다양한 건축이야기들에 빠져들고 만다. 풍부한 건축 상식 뿐 아니라 집을 단순한 겉껍데기가 아닌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 이라는  저자의 철학에 기은 공감을 하게 된다. 

건축은 벽, 바닥, 그리고 지붕이라는 껍데기로 만들어져 있고, 내부는 빈 공간이다. 그러나 껍데기와 공간 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바로 사람이 그곳에 살아야 비로소 '건축'이라 할 수 잇다. 아무리 값비싼 내외장재로 치장했어도, 제아무리 아름다운 건물도 사람이 살기에 불편하거나 사람을 위한 배려와 관심이 없다면 진정한 건축물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건축을 '행복을 담는 공'간으로 여기는 저자는 건축을 인문학이라 부른다. ‘사는’집 보다는 ‘살리는’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도 사람을 닮았다. 건축과 사람은 뗄려야 뗄수 없는 공생의 관계이다. 인문학이 사람을 말하고, 사람을 살리듯 건축도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집은 사람을 살리는 건축이며 사람의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으면 사람의 온기가 없는 빈집은 금방 무너져 서서히 폐허기 되고 마침내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 건축물도 죽는다. 우리선조들은 집을 만들다는 표현대신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시를 짓듯 '짓는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여러 재료로 만들어진 건축물은 그 성질이 변화되어 비로소 사람을 보호하고 사람의 삶을 사랑으로 담아내는 집이 되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 건축을 해야 하고 건물을 지을 때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책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 생활 속에 건축을 살펴보며. 우리가 평소 궁금하게 생각하였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세세한 부분들까지 짚어낸다. 건축가의 세심한 눈길을 비껴가지 못하고 드러낸 생활속에 스며든 건축 이야기를 들으며 저자도 언급햇듯 직업병임에 틀림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백화점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대개 출입구 앞에 바로 두지 않고 멀리 안쪽에서 올라가도록 설치한다던지, 백화점에 창이나 시계가 없는 이유는 창이 많으면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고 손님들이 돈을 많이 써야 하는데 빨리 나간다면 실패한 건축물이기 싶상이 란다. 은행 천정이 높은 이유 또한 천정이 높아야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고 돈을 주고 받는 장소인 만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위해서라니. 급하게 화장실을 가고자 할 경우 출입구나 계단, 엘리베이터에서 가까운 곳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추울 때 내복을 입는 이유처럼 집 또한  단열을 잘 해야만 추위와 더위를 막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니 건축물을 지을 ㄸ는 작은 것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다 이유가 있음이다. 

 

그러고 보묜 한옥만큼 아름다움과 유익함을 두루 갖춘 건축물도 드물지 싶다. 특히 한옥은 마루가 특징인데 마루는 통풍과 습기 제거를 위해 높여놓고, 마루를 통해 여름의 시원함과 겨울의 온돌의 온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돌이나 나무, 짗처럼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지은 집이 몇백년의 세월에도 끄떡 없는 걸 보면서 20여년이 지난 아파트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해야만하고 단독추택은 그나마도 집값은 쳐주지도 않는다니, 돌 위에 나무 기둥으로 그냥 얹어 놓은 것처럼 엉성해 보여도 한옥이 과학적이고 여러 부자재는 서로 의지하고 도와 더욱 강하게 지탱 할 수 있는 것처럼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한옥에 스며있음을 보게 된다. 온돌과 마루가 공존하는 독특한 주거 형식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하니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건축이 단순히 사람이 사는 건물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건축이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며 그 안에서 평생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 행복과 건강한 삶을 담아냄을 알게 되었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던 건축물들이 이제사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겉모습 뿐 아니라 그 건축물을 지으며 그곳에 살 사람드릉 생각했을  건축가를 비롯해 간축에 참여한 사람들의 손길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