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덕한 왕비 인현왕후에 가려진 채 수백년 세월을 악녀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던 장옥정, 면천한 노비와 역관의 딸로 태어난 비천한 신분임에도 여인으로 최고의 자리인 국모의 자리를 수 년 동안 지켰으며 왕의 어머니였던 그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그녀를 시대의 요부요,  정치적 야심으로 가득찬 표독스런 여인으로만  기억하고자 한다. 역사는 승자의 편이라했던가.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인현왕후전」의 대척점에서 누군가 장옥정의 억울할지 모르는 사연을 대변해주는 책이 한 권쯤은 있어야 공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썼다고 한다. 승자의 관점이 아닌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 남자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어 놓은 한 여인으로 장옥정을 보려 한다.  

태생적으로 미천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장옥정의 모습은 조선의 신분제도를 거슬르는 것이며 기득권을 지닌 사대부들에게 용인 도리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하물며 그런 그녀가 낳은 왕자를 원자로 삼고자 햇을 때 집권당이였던 서인들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였을 게다. 표면적으로는 국왕과 왕비가 아직 젊어 왕자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는 이유였지만, 희빈 장씨가 남인과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서인의 영수 송시열은 국왕의 의도에 정면으로 반대했다. 이에 숙종은 인현왕후를 폐하고, 장희빈을 중전에 세워 서인들의 세력을 견제하는 동시에 자신의 의도대로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숙종은 서인과 남인의 세력을 키우지 못하도록 서로를 견제함으로써 힘의 균형을 이루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중전의 자리에 오른 장희빈은 다시 폐하고, 인현왕후의 복위가 이루어 진다. 저자는 현숙하고 자애로운 국모로만 알려진 인현왕후의 인간적인 면에 촛점을 맞추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어도 그녀 또한 한 남자의 지어미로 어찌 질투하는 마음이 없었겠는가. 화무십일홍이라고 제아무리 아름다운 여인도 세월 앞에 어쩔수 없음을 알기에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당쟁의 틈바구니에서 집안의 명예와 권력을 지키기위해 힘을 보태는 숨겨진 야망을 그려냈다.

 

역사 속의 절대 권력자로 제임기간 동안 왕권강화를 비롯한 치세에도 불구하고 숙종의 정치적 변화는  궁극적으로는 궁중의 여인들간의 갈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남인과 서인으로 나뉜 붕당정치를 적절히 활용했다. 죄없는 수많은 이들이 당쟁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그에 연류된 여인들 또한 정치적 희생양이 되었다. 

 

책은 희빈 장씨와 조선 후기의 역사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의 하나인 당쟁과 그 과정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희생된 여인들과 장옥정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왕이기에 앞서 한 사내로 오롯이 사랑했기에 사랑을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내어 놓을 수 있었던 여인, 왕의 총애를 한몸에 받으며 당대 최고의 권력을 누리며 한 시대를 풍미한 그녀의 사랑과 매력속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