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 위기와 국가의 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 각국의 경제위기로 인해 세계가 다시 마르크스의 <자본>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때를 같이하여 출판계에서도 앞다투어 마르크스 평전을 비롯해 그의 저서들이 재출간되고 있답니다. 주역과 성경 다음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읽혔다고 하는 자본이 대학 새내기였던 당시만해도 정부의 검열하에 금서로 지정된 책이라 더욱 제 관심과 흥미를 끌었지요. 사실 두께도 만만치 않고 전공분야도 아니였기에 한 번 대충 훑어보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전문용어나 시대적 상황, 경제에 관한 지식을 모르고는 이해하기도 수월치 않았답니다. 그 후로 여러 권의 다양한 해설서를 접하고서야 바로소 '자본'이 지닌 위대함과 진면모를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었지요. 막연하게 마르크스의 천재성과 그의 통찰력에 감탄하며 그가 제시한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잘사는 그런 '자유의 나라'를 남몰래 꿈꿔 보았더랬죠.

 

처음으로 만나본 마르크스의 자본도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꿋굿하게 '자본'을 번역한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그가 바로 강신준 교수랍니다. 오랜만에 그가 청소년들에게 자본을 쉽게 이해하고 더 나아가 마르크스의 '자본'을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기초지식을 다질 수 있게 대중과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자본'에 관한 해설서를 넘어 자본주의의 형성과 민주주의의 탄생 배경부터 자본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쉽고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네요. 가난한 노동자는 어째서 열심히 일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걸까요? 늘 새벽에 일터로 나가서 밤늦도록 일하시는 분들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게 의문이였지요. 우리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며 살수는 없는 걸까요? 과학이 발달하고 기계가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는 오늘날 오히려 중세 농노보다도 더 오랜 시간 힘들게 일하고도 편안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때문 일까요?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 되었으며, 그 것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자본주의의 붕괴를 운운하지만 정말로 자본주의가 붕괴 된 뒤에는 지금보다 잘 살수 있는 새로운 사회로 변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노동과 자본에 관한 근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본'을 너무 어려워 아직 못 읽어 본 사람들에게 '자본'을 읽으면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며 용기를 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보라고 말합니다. 이젠 터놓고 이를 담론화시켜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닐런지요.

 

자본주의국가에 사는 우리가 '자본'의 형성과 발전 과정, 그리고 자본주의의 미래를 알고자 함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세월이 지나 지금은 마르크스의 '자본'을 마음대로 읽고, 대형 서점에 버젓이 판매되는 세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금서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채 편견에 갇혀 '자본'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지요. 오죽하면 아이들에게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독 할 것을 권하면 새끼 사회주의자를 만들려 하냐는 비아냥 섞인 말을 들어야하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색깔론이 분분할 때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시장에 의해 자본주의가 실현된다고 여기는 주류경제학에서 비껴난 것은 비주류 경제학, 노동자의 경제학이라는 왜곡된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경제공황이 발생하자 왜 사람들은 마르크스의 교환과 생산관계를 비롯한 자본에 관한 분석을 떠올렸을까요? 왜 그의 저서 속에서 자본주의의 병페와 시련을 극복할 대안을 찾고자 했을까요?

 

마르크스에 대한 호불호나 그의 이론에 관해 옳으니 그르니 논하기 전에 우리는 그의 저서를 읽을 필요가 있겠지요. 민주화가 어떻게 우리 삶을 행복한 방향으로 이끄는지, 아직은 마르크스가 말한 ‘자유의 나라’에 이른 나라는 없지만, 근접한 나라가 아마도 북유럽국가들이랍니다. 그들이 노동시간을 줄이고도 생산성은 가장 높아 삶이 높은 이유는 <자본>이 제시한 대안을 따라 경제 민주화를 실현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강교수가 <자본>을 그토록 극찬하며 판도라의 상자라 칭한 이유를 알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우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 안에 우리사회를 행복하게 만들 대안이 들어 있다면야 더더욱 들여다 봐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