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군중이라하면 여러사람들의 무리지어 있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사회를 이루고 모여 사는 이상 우리는 군중과는 땔려야 뗄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현명하고 합리적인 개인들이 군중의 일원이 되면 순식간에 바보가 되고 마는지, 우리는 선거, 집회, 시위, 강연, 교육 등 에서 그러한 일들을 종종 보아 왔기에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군중심리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귀스타브 르 봉은 그의 저서 <군중심리>에서 군중을 단순한 인간 무리가 아니라 ‘심리상태의 일종’이라 정의하였다.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에버릿 딘 마틴은 그런 르 봉의 견해를 100% 동조하지는 않지만 르봉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계승하였다. 그는 군중의 통념을 지배하는 것은 심리적 반성이나 암시의 결과가 아니라 무의식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군중심리를 ‘강박신경증’, ‘편집광증’ 등의 정신적 질환과 유사하며 이 또한 무의식속에 억압된 것들이 표출된 것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책은 다양한 사회현상을 통해 군중의 이기심, 군중의 증오심, 군중의 지배욕, 혁명과 군중에 대한 분석을 담아내고 있다. 솔직히 내겐 책의 곳곳에 전문 용어나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적 격차 만큼이나 이 책을 이해하는데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 녹록치 않은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거니와 시대와 사상, 시민운동, 역사적인 사건, 혁명 등을 아우르며 군중심리를 연구한 저자의 폭넓은 지적 세게를 따라가지 못함이니 어쩔 수 없다 손 치고 어렵사리 완독하곤 책장을 군데군데 다시 펼쳐 보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의 통찰력과 군중에 대한 예리한 분석은 시대를 넘어서 오늘날에도 많은 부분 공감하는 바이다. 우리의 생활이 군중과 뗄려야 뗄수 없는 만큼 군중들은 왜 휩쓸리고 부하 뇌동하는 가, 그 원인을 심리학적 측면에서 살펴 본 그의 저사를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인 우리가 필독할 필요가 있음이다.

 

저자는 모든 개인들을 동일하게 만들고, 오로지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 군중 심리이며 역사적으로 존재하는 군중의 보편적 속성을 “스스로를 추켜세우고, 스스로에게 환호하며, 자화자찬하고, 단호히 확언하며, 스스로 도덕적 우월성을 지녔다고 생각하고, 권력을 지니기만 하면 다른 모든 사람 위에 군림하려고 들 것이다."라며 마치 군중 속의 개인은 다른 인격체처럼 행동하며 진리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개인이 사회의 집단이나 파벌을 형성해 군중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기만 하면 ‘국민’으로 행동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무의식적 심리에는 군중으로서의 욕망이 투사되어 있다는 것이다. 군중의 욕망은 폭동이나 인종주의, 왕따, 영웅숭배, 마녀사냥 등의 다양한 사회문화의 형태로 표출된다. 저자는 군중의 욕망이 집단폭행으로 변모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집단따돌림, 악플,

마녀사냥식의 군중심리 등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그리할 뿐이지만 곧장 재미를 느끼고 잔인한 농담을 곁들여 은근히 비웃기도 하다가 급기야는 대놓고 놀려댄다. 농담은 순식간에 모욕으로 바뀐다. 누군가 일격을 날리는 순간 집단폭행이 자행되기 시작한다. 그런 폭행은 군중구성원들이 무의식으로 염원하던 행동이라서 “그것은 정의를 위한 일격이다”는 구실로 상호간에 용인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일종의 “대의”가 출현한다. 이처럼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인 개인들은 순식간에 집단을 형성하여 단체행동을 시작하는데, 왜냐면 그들은 모름지기 자신들의 원칙들을 주장하고 옹호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폭도로 변한 군중은 자신들이 전에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하던 행동들을 자행하고 있음을 불현듯 깨닫는다. -본문. 46~47쪽

군중은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또 하나의 나이며, 극복되어야할 심리라 말하는 저자의말대로 우리는 군중이 되기를 주저 않는다. 오히려 집단에서 도태 되는 것을 두려워 한다. 민주주의가 쉽사리 군중지배로 전락하게 된 문제를 짚어보고 인문교육을 군중행동에 의해 변질된 민주주의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문주의의 길이 비록 고독할지언정 그 결과는 용감하고 자유로운 개인을 양산하여 생각을 자유롭게 하여 군중심리에서 민주주의를 해방시키게 된다는게 그의 말이다.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잇는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안고있는 정치사회적 문제의 저변에는 내포된 군중의 광기어린 횡포와 어리석음에 휘둘리지 않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논리적 가치와 도덕적 가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활동함으로서 얻어지는 것이다. 인문학이야말로 우리가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로 거듭 날 수 있게 하고 우리와 타인의 활동을 통해 미래를 더욱 풍요롭고 만족스럽게 변화시키킬 수 있는 해법이 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