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특별히 관심을 가진 출판사가 있다. 눌와라는 이름도 참 고상하니 이쁜 출판사인데 특히나 나의문화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교수와 인연이 깊은 출판사라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얼마전 바로 그 눌와 출판사에서 진행한 우리 궁궐에서의 나무이야기라는 특별한 체험을 한 이후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박상진 교수님의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사실 평소에 화초에 관심이 많은 터라 나무와 화초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옛선조들의 숨결을 고이 간직하고 아픈 역사를 지켜봐왔을 궁궐의 나무 이야기라니 궁금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 책은 궐을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지긋이 나이드신 박상진 교수님의 무척이나 인간적이고 다정다감한 이야기로 듣는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특히나 각 궁의 지도마다 나무이름을 적어 놓아 책 한권을 가지고 다니며 살펴보는데 도움이 된다.

 

궐에는 꼭 뽕나무가 있는데 뽕나무를 키워 누에를 치고 비단을 짜는 일을 왕비가 직접 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으며 산수유 나무의 경우는 남자들의 정력에 참 좋은 나무라는데 그래서 임금님은 그렇게도 많은 후궁을 거느리고 자식을 낳았던걸까? 옛날엔 전기불이 없어 밤이면 대책없이 자는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는데 언제부턴가 기름을 짜서 불을 피우게 된것에 한몫을 담당한 쉬나무! 그리고 하나 더, 모름지기 학자가 사는 집에 이 쉬나무가 없으면 학자라 할 수 없단다. 느티나무와 종종 헷갈리는 학자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회화나무는 멋드러지게 늘어진 가지가 볼수록 매력적이다. 특히 창경궁의 회화나무는 봐도 봐도 신기한 느낌마저 든다. 향나무는 제사때 향을 피우기 위해 심어진 중요한 나무로 창덕궁에 가면 태풍의 기세에 가지가 꺽였지만 그래서 더 멋스러운 자태를 하고 있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온갖 나무들이 가지를 위로 뻗고 봄이면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푸른잎으로 그늘을 드리워주고 가을이면 이쁘게 단풍들어 눈이 즐거우며 열매를 맺어 수확의 즐거움을 준다. 한겨울엔 흰눈에 덮여 멋스러운 겨울 풍경을 만들어내곤 하는 나무들이 예전엔 그 쓰임이 용이해서 심고 가꾸었던 반면 지금은 그저 우리 눈에 보기 좋아서 심는 경우가 대부분인듯 하다. 아파트가 지어질때마다 조경을 위해 심겨진 나무들이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해 죽어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런만큼 오랜 세월을 한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궁궐의 나무들을 보면 괜히 숙연해지는 기분이다. 궐에 갈때엔 [궁궐의 우리나무]를 잊지 말고 꼭 챙겨가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