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정말 절대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되는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비록 소설일지라도 '어떻게 이럴수가!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럴수 있나? 인간도 아니다, 개XX, 시베리아 어쩌구 저쩌구 '라고 할줄도 모르는 욕이 저절로 나오는 그런 이야기말이다. 이 이야기가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이런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수 없다는 현실이 신이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걸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자신이 태어난것 말고는 아무 죄도 없다고 생각하는 뚱뚱하고 못생긴 열여섯 할렘가의 소녀 프레셔스의 삶은 정말 빠져 나오려 할수록 더욱 깊어지는 온통 검은구덩이 같기만 하다.

 

'나는 열두살에 아버지의 아이를 낳았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을까? 아니 이 소설에는 사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다. 처음 엄마에게 학대 받고 아버지에게 강간당하며 급기야 아버지의 두번째 아이까지 임신한 프레셔스의 이야기를 들을때만해도 이 아이보다 더 비참하고 끔찍한 삶을 살아가는 아이는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진짜 이보다 더 믿을수 없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믿을수 없는 이야기 보다 더한 믿을수 없는 이야기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세상인가! 내가 이런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온몸이 소름이 돋고 나는 그런 불행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에 그녀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안도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다.

 

자신은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로 이름붙여진 프레셔스는 두번째 아이를 임신하고 학교에서 쫓겨나고 만다. 사실 아주 어려서부터 너무 발육이 빨라 뚱뚱하고 컸던 프레셔스는 늘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어 유치원에서나 학교에서나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한채 그렇게 열두살이 되어 아버지의 첫번째 아이를 낳기에 이르고 여전히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버지의 두번째 아이를 임신하기에 이른것이다. 하지만 대안학교에서 만나게 된 레인선생님을 통해 알파벳을 시작으로 글자를 깨치게 되고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자아를 찾아가게 되는 이야기가 왠지 가느다란 한줄기 빛처럼 프레셔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아버지뿐 아니라 엄마에게조차 강간을 당하며 살았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늘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다 못해 자신의 아이를 돌볼수 조차 없는데다 오로지 수당을 받아 챙기기에만 급급한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그녀를 받아준곳은 대안학교의 레인선생님과 사회복지 차원의 시설이다. 대안학교에서 만난 비슷한 처지의 친구를 통해 근친상간 피해자 모임에 참여하고 자신보다 더한 고통속에 살아가는 사람들로 부터 위안을 얻게 되는등 그동안 암울했던 그녀의 삶속에 두번째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고 싶고 첫째 딸도 데려와 키우고 싶다는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또다시 날아든 에이즈로 죽은 아버지에 대한 소식은 다시한번 프레셔스를 절망으로 빠트리고 만다.

 

세상에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사랑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듣고 자라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되는 소설이다. 이건 순전히 거짓말이고 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믿고 싶지만 실상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사회시설들이 존재한다. 누구도 사랑해주지 않던 그들을 껴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처를 보듬어주며 그나마 살아갈수 있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알파벳을 배우고 틀리기도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완성해가는 프레셔스의 일기처럼 세상 온갖 고통을 다 짊어지고도 한계단 한계단 힘겹게 오르지만 삶에 대한 희망을 안고 살아가려 하는 세상 모든 프레셔스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어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