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처음으로 사진이라는게 우리 나라에 들어왔을때

사진을 찍으면 번쩍하는 불빛과 함께 영혼이 사라진다고 했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아직 전기로 무언가를 움직이고 만들어낸다는 것을 모르던 우리 조상님들이

번쩍하고 펑하는것이 썩 좋게만 여겨지진 않았을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 처음 거울이란 물건을 얻어 집으로 가져오니

아내는 예쁜 새마누라를 데려온줄 알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전래동화만 봐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순박했는지 알 수 있듯

그런데 하물며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던 그때 그런 신기한 물건은

무지하고 순박한 우리 사람들의 오해를 살법도 하다.

이 책은 새로운 문물이 물밀듯 밀려 들어오는 근대화의 그 시기에

우리 스스로가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채

갑작스럽게 강제적으로 사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중에

삼식이라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처음 사진을 들여와 신문물을 깨칠 수 있도록

선구자 역할을 했던 황철과 같은 인물에게서 전해듣는 사진 이야기이다.

부모를 잃고 오갈데 없어 거지가 되듯한 삼식이 갑자기 쌍둥이 여동생을 잃고

여동생을 찾아 다니던 와중에 사람을 죽게 만들거나 잡아가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 물건이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혹 동생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황철의 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불쌍한 삼식을 안타까이 여긴 황철은 계봉을 거두어 함께 데리고 살면서

사진에 대한 오해를 풀고 사진의 원리와 사진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는데

삼식은 사진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황철을 도와 사진찍는 기술을 익혀 나간다.

지금 시대를 사는 입장에서 사진을 찍으면 일년안에 사람이 죽고

집을 찍으면 집이 망하고 나무를 비추면 나무가 시들어 말라 죽으며

세명이 서면 가운데 사람은 얼마 살지 못하고 나머지 사람들도 팔다리가 잘린다는식의 이야기를 믿었던 조상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가 없지만

갑작스런 신문물을 아무런 대책없이 받아들여야했던 시대상을 떠올려볼때

그런 문물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시켜주는 선구자들이 많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

삼식은 이제 사진이란 어떤 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일뿐

그것이 누구를 죽인다거나 영혼을 빼앗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점 점 더 적극적인 자세로 사진에 대해 배우고 황철나리의 조수 노릇을 한다.

그리고 백성들이 가보지 못해 잘 알지 못하는 장소를 찍어 사진집을 내자는둥

초상사진을 찍을때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려면 너무 힘이드니 음악을 튼다든지

몸을 좀 편하게 기댈 수 있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전신을 찍지 않고 얼굴만 찍은 사진을 보고 자신의 몸을 잘랐다며 오해를 하고

우리나라 곳곳의 모습을 사진찍어 다른 나라 사람에게 팔아넘겼다며 간첩으로 몰고

새로운 문물을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해 촬영국이 부서지게 되는 일을 겪지만

그래도 황철 나리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사진을 장만하고 촬영국을 차린다.

임금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단발령이 내려지자 상투를 틀었던 모습을 남기고자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아져

사진관도 점 점 인기를 끌게 되니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나 보다.

책의 말미엔 황철의 사진학교를 통해 사진의 역사를 다시 되돌아 볼 수 있기도 하다.

삼식이는 자신의 모습을 찍어 신문에 실어 쌍둥이 여동생을 찾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