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요즘은 우리의 옛전통을 담은 장소나 물건들이 참 맘에 끌린다.
지난주 목요일 1박2일 고택체험을 갔었는데 봉화라는 곳에 그렇게 멋진 고택들이 많다니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게다가 대를 이어 고택에서 살아오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고택이라 그런지 무척 친근하게 여겨졌다.
사실 보기 좋게 꾸며 놓은 고택도 좋지만 고택이란곳도 사람이 살아가는 곳으로
그 사람들이 고택을 어떻게 지켜나가며 살아오고 있는지 그 삶의 현장을 보는것도 좋은 체험이다.

 

[황전마을]

 

누런 황금들판이 펼쳐지는 황전마을에 도착하면 눈앞에 한폭의 산수화 같은 그림이 펼쳐진다.
연못과 정자와 오래된 느티나무가 마을로 어서 들어오라는듯 반겨주니 좋다.

 

 

 

 

조선 효종때 김종걸이라는 사람이 당대의 유림들과 시사를 논하고 시를 읊조리던 이곳 도암정,
지붕은 전통적인 팔짝 지붕이며 정자가 앞의 연못과 경계가 없이 하나가 된듯한 모습이다.
한여름 연꽃이 가들 필 무렵이면 옛선조들이 고 앞에 앉아 시를 읇조리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무서운 말벌들이 여기 저기 출몰하는 바람에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렇게 문으로 바라다 보이는 정자의 모습으로도 옛스러움의 정치에 취한다.

 

 

 

 

마을을 지켜주기도 한다는 독바위는 천년에 한번 뚜껑을 열어 그 기운을 내뿜는다고 천년바위라고도 한단다.
이 기운을 받으면 모든 일이 만사형통이라는데 그 기운좀 우리 딸아이에게 뿜어주면 좋겠다 .
이 마을은 효 시험마을로 지정될만큼 효를 잘 실천하는 마을이란다.

 

 

 

독바위를 품에 안은듯 그늘을 드리워 주는 느티나무 또한 수령이 300년이 넘었다.
그렇게 오래 오래 이 마을을 지켜오고 있다니 느티나무에 숨은 이야기도 참 많을것만 같은데
어서 오라는듯 펼쳐진 저 골목길로 들어가 볼까?

 

 

 

담을 따라 쭉 심어 놓은 금잔화 꽃이 골목길을 걷는 발걸음을 즐겁게 한다.

 

 

 

솟을 대문도 없이 너른 마당으로 들어서게 되면 오른쪾에 사랑채와 왼쪽에 안채가 바로 보이는 경암헌이다.
보통 양반집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경암헌에도 역시 사랑채 오른쪽으로 사당도 갖추고 있으며
300년동안 살림집으로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살아있는 집이다.
안채로 들어서면 내부 구조 또한 ㄷ자형 안채와 ㅡ자형 사랑채가 합쳐져 영남북부지방의 전통양식인 ㅁ자 모양을 하고 있다.

 

 

 

사랑채의 가운데 기둥이 유난히 좁게 모여 있고 그 위로는 '누은재'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것이 특이하다.
우리 전통가옥을 보다보면 문살 무늬가 참 이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곳 역시도 모양이 제각각이면서 이쁘다.

 

 

 

사랑채 밑으로 쭉 줄을 세워 놓은 들깨사이를 지나가려니 고소한 들깨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안주인께서는 콩을 타작하시느라 여념이 없으신데 우리는 너무 한가롭게 구경을 하고 있어 왠지 송구스러웠다는,,,
어릴적 친구집에서 좀 길다란 도리깨로 콩타작을 하던 모습이 문득 떠올랐는데 소바하게 방망이를 두들기신다.

 

 

 

안채로 들어서니 사용흔적이 남아 있는 무쇠솥이 들어 앉은 구들장이 눈에 뜬다.

 

 

 

 

안채뒤쪽으로 살짝 돌아가보니 가스통이 놓여 있고 환풍기가 돌아가는 모습이 쬐금 낯설기는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것들이니 삶의 현장을 보는듯 하다.

 

 

 

 

황전마을을 떠아오는 길에 마을 초입을 지키고 있던 '예향황전'이라는 마을 이름이 멋스럽다.
몇 안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어서인지 고즈넉하니 참 조용했다.
처음엔 영양남씨의 세거지였다가 의성 김씨들의 마을이 되었다는데 옛이야기가 궁금하다.

봉화, 도암정, 황전마을, 경암헌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