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난 이 책을 왜 이제야 만나게 되었을까?

그건 아마도 내속에 있는 편협한 선입견 때문인듯하다.

요즘 베스트라고 하면 이상하게 거부감을 가지기부터 하고

거들떠 보고 싶지도 않은 그런 병 말이다.

그런데 첫페이지부터 나는 완득이에게 완전 빠져버렸다.

'그러니까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벼락 맞아 죽게 하든가, 자동차에 치여 죽게 하든가,,,,'      -p9 

라니,

시작부터 누구를 죽여달라는데 그 똥주가 도대체 누구?

그는 다름 아닌 완득이의 담임이다.

'하이고 새끼들, 공부하는 거 봐라, 공부하지 말라니까?'    - p10

입만 열면 '새기야'를 남발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공부 하지말라니까'를 남발하는 선생님이라니,,,

하지만 우린 금방 눈치를 챈다.

욕쟁이 할머니가 나쁜맘으로 욕을 하는게 아니라는것을

호통개그를 밥먹듯하는 박명수가 정말 호통을 치는게 아니라는것을 알듯 말이다.

그럼 완득이는 어떤 아이일까?

공부라고는 도무지 취미에도 없고

자신의 아버지가 난장이에 춤꾼이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쪽팔리고

그런 아버지를 놀린 놈들은 행동이 먼저 앞서다보니 싸움꾼이 되었다.

그런데 왜 완득이는 담임인 똥주를 죽여달라고 하는 걸까?

야자를 땡땡이치려는 길목엔 항상 똥주가 지키고 서 있고

받기 싫은 기초생활수급자 공짜급식을 받게 해서는 뺏어먹기 일쑤고

뻔듯하면 완득이의 사생활을 아이들에게 까발리는

그렇게 사사건건 간섭하는 똥주가 완득이는 그냥 싫은거다.

그러나 우린 이야기가 점 점 진행될수록 똥주의 실상을 보게 된다.

그러기는 완득이도 마찬가지여서 똥주를 죽이는건 조금 미뤄달라고 까지 한다.

완득이가 친구를 들이받아 사고를 쳐도 뒷수습을 해주며

앞집에 산다는 이유로 시도 때도 없이 머리를 들이밀어 알은채를 하고

또 있다고 생각지도 못한 베트남엄마를 만나게 해 주기까지 하는데

나중엔 춤을 그만둔 완득이 아버지에게 댄스교습소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참으로 앞에서도 큰소리 치고 뒤에서도 좋은일 하는 훌륭한 인물인것이다.

바른말만 입에 담고 행동과 처신을 모범적으로 해야 본받을 사람이라 여기는

그런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조금 거북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을 향해 틀린건 틀린거라 당당히 소리쳐가면서 

힘없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좋은일 하는 사람이라면

그쯤은 그냥 애교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아버지와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 이 열등감이 아버지를 키웠을테고

이제 나도 키울 것이다. 열등감 이녀석, 은근히 사람 노력하게 만든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영 나쁜 것 같지도 않은 게 딱 똥주다. ---p204

완득이가 난장이인 아버지와 베트남 엄마라는 열등감을 딛고 일어서

킥복싱이라는 자신의 꿈을 찾아 한걸음 성큼 내딛는 희망적인 결말이 맘에 든다.

참 이 책속 인물 중 범생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인물이 하나 있다.

어쩌다 완득이의 여자친구가 되어 버린 정윤하다.

'배울 거 다 배우고, 세상이 나한테 뭐라고 못 하게 만든뒤에,

뛰어 다닐거야,

내이름을 걸고 취재하러 다닐거라고.' --p211

'새끼야'라고 욕하고 호통치면서 남을 열심히 살게 만드는 똥주!

자신의 열등감을 딛고 일어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완득이!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해서 기자가되어 전쟁으로 상처입은 아이들을 돕고 싶어하는 정윤하!

이 세개의 각기 다른 음표가 불협화음을 내는거 같지만

무척이나 당당한 행진곡을 연주하는것만 같은 그런 희망을 주며

또한 유쾌 상쾌 통쾌한 웃음을 주는 이 책 참 맘에 든다.

'완득아! 완득아,,새끼야! 꾀꼬리는 얼어죽을,

어제 호박죽 나왔지! 하나 던져!'     ---p234

끝까지 완득이를, 독자들을 실망 시키지 않고 웃음을 주는 뚱주샘, 짱 멋지다.